신세계그룹이 비대면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 나선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유통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 모색의 일환이다. 이를 위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 투자에 속도를 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기업형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5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신세계 시그나이트 투자조합' 펀드를 최근 조성했다.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0억원,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가 2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나머지 100억원은 금융권 펀딩으로 마련했다.
신세계그룹의 첫 번째 투자 펀드다. 기존에는 각 계열사가 고유 재원으로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시그나이트가 정부의 스마트 대한민국 멘토기업 매칭 출자 사업에 비대면 분야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전문 펀드를 꾸리게 됐다. 펀드 운용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의 임정민 투자총괄이 맡았다. 만기일은 오는 2028년 12월 9일이다.
신세계는 새해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나선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유통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 스타트업이 대상이다. 스타트업과 함께 유통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고객 맞춤 리테일테크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 변화 시기에 맞는 투자 기회를 찾고, 그룹과 스타트업이 갖춘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활용해 비대면·디지털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펀드를 결성했다”면서 “CVC 자금으로 패션 쇼핑앱 에이블리에 투자했고, 새해에는 펀드 재원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각 계열사는 CVC 투자와 별개로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스타트업 직접 투자도 병행한다. 이 역시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대면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는 AI 기술 스타트업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원, 10억원을 투자했다. 인터마인즈는 스마트 무인 점포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이마트24 등에 스마트 선반을 활용한 셀프 스토어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모노랩스의 시리즈A 투자에도 참여했다. AI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신세계아이앤씨 역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전문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신세계는 유통 분야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기 위해 본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 영역에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스타트업 기술을 접목해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조직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신사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산이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도 CVC를 통한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급변한 비대면 소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리테일테크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 2016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 120여개 스타트업을 육성, 투자하고 있다. 운용하고 있는 벤처펀드만 6개로, 총 운용자산은 1273억원에 이른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에 조성한 스마트신세계시그나이트 투자조합은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전환을 통해 경영 효율화 및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는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