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지만 수백,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인류 행동이 있다.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해서 데이터화하는 일이다. 날씨는 인류가 채집·수렵 생활을 할 때부터 농경생활, 현대까지 가장 먼저 수집해 온 데이터다. 당일 날씨만 확인하던 인류는 점점 범위를 다음 날, 주, 월, 계절 등으로 넓혀 갔다. 달력도 결국 날씨와 같은 환경 변화를 읽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발맞춰 데이터 관련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부족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망라하는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2018년 기준 세계 19위였다. 2016년 25위에 비해서는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가운데에서는 중하위권에 속한다. 데이터 활용도는 더 저조하다.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용은 63개국 가운데 56위였다.
무엇보다 데이터 활용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잠들어 있는 데이터의 활용 폭을 키워야 한다. 이종 데이터와의 융합이 중요하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날씨를 비롯한 환경 데이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날씨 데이터에 공기 데이터를 더해 환경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의료 데이터와 연계한 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통해 데이터 가치를 높인다면 지역에 따른 질병 유발률과 환자별 맞춤 행동 양식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도시화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다가오는 스마트시티 시대를 맞아 환경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스마트시티 시작은 도시를 바르게 아는 것, 즉 데이터 확보에 있다. 목적은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도시 자산과 자원 관리를 효율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독일 대표 공업 도시 슈투트가르트의 사례는 우리가 환경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준다.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슈투트가르트 역시 다양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었고, 이를 해결해 줄 녹지는 부족했다. 이에 슈투트가르트시는 기후·지형·바람길 및 수목 생태 현황 등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고려해 도시 내에 8㎞, 면적 100ha의 도시 숲을 조성했고, 여기서 발생한 바람길 효과로 도시 전체의 미세먼지를 30% 이상 감축했다.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종 데이터와의 융합으로 실제 시민 생활을 개선한 좋은 사례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제주가 환경 데이터를 적극 수집하고 있다. 서울과 제주는 IoT 기반의 실시간 공기측정망을 구축, 사람들이 실제 숨 쉬는 공간의 공기 질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지역 특성에 맞춘 데이터를 수집하는 점도 인상 깊다. 서울은 미세먼지를 시작으로 기온, 습도, 풍향, 풍속, 자외선, 조도 등 스마트시티 기초를 이룰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의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실외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내공기질 데이터까지 측정·관리하고, 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등 데이터 수집을 넘어 활용 단계에 이르렀다.
미래 사회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누가 얼마나 더 효율 높게 쓸 수 있냐를 놓고 다투게 될 공산이 높다. 이는 각종 데이터의 긴밀한 결합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에 힘입어 온도, 습도, 공기 등 데이터 융합의 밑거름이 돼 줄 환경 데이터는 실시간 수집이 가능해졌다.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데이터 융합과 분석을 시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조금 뒤져 있지만 아무도 가 보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의 길에서 그 차이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환경 데이터 활용을 촉발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두 주자는 물론 지구온난화와 같은 범 지구 차원의 난제 해결에도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kdsik@kweath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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