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노광기가 다 아니다"…없어서 못파는 EUV 장비 쟁탈전

마스크 제조 '라이터'와 검사 장비 'APMI'
5나노 이하 초미세 칩 생산성·품질 좌우
오스트리아 IMS·일본 레이저텍 독점
연간 10대 미만 생산…물량 확보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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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노광기 작동 원리. <사진=ASML>

ASML이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기 외에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TSMC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스크 제조를 위한 라이터(writer)와 검사 장비 'APMI'가 대표적이다. 이들 장비는 5나노(㎚) 이하 칩 공정 물량이 늘어났을 때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지을 핵심 장비들이다. 또 모두 독점 공급 체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V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첨단 장비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제조사들의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EUV 공정이 차세대 미세 칩 제조 솔루션으로 떠오르면서, ASML의 노광기 수급 경쟁이 큰 화제가 됐다. EUV 원천 기술을 확보한 이 회사는 장비 한 대당 가격이 1500억원 이상인 장비를 단독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노광기 외에 반도체 제조사들이 '없어서 못 구하는' 또 다른 최첨단 장비군이 있다. EUV용 마스크에 회로 모양을 새기는 전자빔(e-beam) 기반 라이터 장비와 EUV 마스크를 양산 라인에서 쓸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검사 장비다.

E-빔 라이터는 노광 작업에서 웨이퍼에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스크라는 소재에 회로를 새겨넣는 '붓' 역할을 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기반 노광 공정에는 일본 뉴플레어(NuFlare)사의 E-빔 기반 라이터가 활용됐다.

그러나 EUV 환경에서는 이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 마스크 안에 다양하고 미세한 회로를 빠른 시간에 새겨야 하지만, 한 개의 E-빔으로만 마스크 패턴을 그려내는 뉴플레어의 싱글 빔 방식으로는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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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싱글빔 방식 라이터(왼쪽)와 IMS의 멀티빔 라이터. <사진= IMS>

업계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라이터는 24만개 이상 촘촘한 전자 빔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패턴을 그리는 멀티 빔 방식으로 움직인다. 첨단 기술인만큼 생산성이 싱글 빔 방식에 비해 상당히 빠른 것으로 알려진다.

마스크 검사 분야에서도 차세대 EUV용 검사 장비가 주목받는다. 기존 ArF 광원을 활용한 검사장비보다 까다로운 구조의 EUV 마스크를 더 미세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마스크가 양산 라인에 도입되기 전과 후, 다양하게 검사가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이 장비를 광선패턴마스크검사(APMI) 장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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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의 라이터 장비. <사진=I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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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텍 마스크 검사 장비. <사진=레이저텍 홈페이지>

문제는 이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의 IMS, 일본 레이저텍이 각각 멀티빔 라이터와 EUV용 마스크 검사 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이들의 연간 생산 능력은 1년에 10대가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35~40대 장비를 만드는 ASML보다 한참 적은 생산능력이다.

이에 따라 5나노(㎚) 이하 EUV 공정의 대량 양산 체계가 갖춰질 때, 이 장비를 적기에 확보하지 못한 칩 제조사들은 생산성과 품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초미세 공정 구현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회사들은 이 장비를 먼저 구매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최근 5나노 생산능력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늘리는 TSMC가 관련 장비 입도선매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ASML의 노광기 수급 상황은 라이터, APMI 장비에 비해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레이저텍에 일찌감치 투자해 차세대 장비를 만든 데 일조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장비 기술 육성에 적극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장비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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