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새해 전 사업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e커머스 판매 채널을 강화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도 강화해 디지털 매출 비중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환 신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사업전략 설명회를 통해 새해 e커머스 매출을 30%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체 마케팅 재원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사업에 투자한다. 구매 전환율이 높은 e커머스에 집중해 사업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악재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3%, 62.1% 급감했다. 김 신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늦었던 변화들을 실행하는 계기가 됐다"며 “새해에는 전사적 디지털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화장품도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온라인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60%, 중국은 20% 급증했다. 중국 사업의 경우 온라인 매출 비중이 40% 수준까지 치솟았다. 새해에는 국내와 중국 모두 온라인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사업 체질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중국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은 올해 141개 폐점에 이어 새해에는 170개를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전체 매출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한 손익 개선을 기대했다. 국내서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도 돌입했다.
온라인 사업도 자사몰보다는 주요 채널과 협업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꾀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쿠팡과 네이버, 11번가 등에 이어 마켓컬리까지 판로를 확대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중심의 판매 구조에서 e커머스 채널과 적극적 협력을 택했다.
단순 협업이 아니라 고객 구매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의 신규 브랜드 및 상품 개발 등 전략적 파트너십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8월에는 패션 스타트업 무신사와 합자조합을 결성했다. 100억원 규모에 공동펀드를 조성해 리테일,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등에 집중 투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1번가와는 라이브커머스 공동 마케팅 협약도 맺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마케팅 비용 지출 대비 효율을 높여 이전보다 즉각적인 외형 성과도 가능하다는 기대다. 실제 라이브 판매 방송에 출연할 우수 인플루언서를 확보하기 위해 MCN 회사에 지분 투자도 잇달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자사몰을 고집하는 등 채널 변화에 늦게 대처하면서 위기를 맞았다”면서 "뒤늦게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만큼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