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LG-SK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또 연기…"조속한 합의로 리스크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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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배터리 사업 명운이 달린 양 사의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송전을 지켜보는 배터리 소재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막대한 해외 투자를 감행한 만큼 양 사의 조속한 합의를 통해 소송 리스크를 하루 빨리 걷어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ITC는 9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결정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했다. 판결 일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애초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일은 10월 26일과 12월 10일로 두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미뤄졌다. ITC는 이번에도 판결 연기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양 사는 ITC의 최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도 아래 미국 공장 신설을 위해 50억달러를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1·2공장을 가동,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에 전기차 5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지면 배터리셀, 소재 공급뿐만 아니라 공장 운영도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비 판결에서 승소,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소송전이 예상 밖의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해외 투자 외에 소송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투자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계도 소송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배터리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 사가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물밑에서 합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남은 2개월 동안 양측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 사의 합의 선결 조건인 합의금 산정 및 납입 방법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ITC는 이번 판결 연기로 한국 기업 간 분쟁은 한국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면서 “양 사 분쟁의 여파를 미국과 독일 완성차 업체들에 전가하는 건 위험한 시도이며, ITC가 개입을 꺼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양사가 합의를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조속한 합의를 이뤄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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