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논문 성과와 동등한 대우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선점 발판
제도 연착륙 위한 인프라 확대 절실
# '표준'을 논문이나 특허처럼 국가 연구개발(R&D) 대표 성과지표로 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연구성과법)' 개정안이 10일 시행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활용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개정안이 신기술 관련 국내 표준 개발에 가속을 붙이는 한편 우리나라의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 품은 연구성과법 본격 시행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연구성과평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준을 국가 R&D 주요 성과지표로 관리하지 않는 현행법 탓에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전기·자율주행차, 수소, 스마트팜 등에서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표준 개발과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노웅래 의원 등 법안 발의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량의 데이터 교환과 시스템 간 인터페이스 도구로서 '표준'은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 확보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현행법에서 표준은 특허·논문 등과 달리 국가연구개발의 주요 과학기술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정안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제2조(정의) 8항에 표준을 특허, 눈문에 더해 새로운 연구 성과 관리 지표로 추가했다.
제12조(연구성과 관리·활용계획의 마련)에도 표준을 추가했다.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5년마다 특허, 눈문, 표준의 연구성과의 관리·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 제15조(기술가치평가 비용 등의 지원)에서는 표준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업비에 관련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가 R&D 기획부터 실제 사업화 단계까지 모든 과정에서 표준 개발을 병행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비용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표준을 특허·논문과 함께 국가 R&D 대표 평가지표로 포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산업계에서 표준을 통한 개발 기술 활용성 증가와 사업화 촉진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화 활동 위한 인프라 확대 절실”
산업계는 연구성과법 개정안 시행을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 R&D 수행 이후 이뤄지던 표준 개발을 앞으로 동시 진행할 수 있게 돼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화 진척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간은 물론 국가 차원 표준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공공 R&D 전문가들이 표준화 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민·관이 표준화 활동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도를 성공적으로 산업계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서로 다른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신시장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 신기술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 이 같은 관리 시스템 구축과 등록된 표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예산 증액 및 전문 인력 확충도 필수다.
노웅래 의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국가 R&D와 표준 연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주요 연구개발 정책·관리기관, 표준기관, 연구기관, 학계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R&D-표준 연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표준 R&D의 활성화 방향'을 발표한 이상훈 산업부 표준정책국장은 △R&D 기획·평가 △R&D 표준성과 관리 △R&D 결과 표준결과 등에서 R&D-표준연계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올해 연구성과평가법 개정안 시행에 이어 표준성과 관리·유통 전담기관을 지정하는 고시를 개정한다. 내년 1월 1일에는 국제표준, 국가표준 등 표준성과 인정 범위를 설정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및 하위법령이 발효된다.
국표원은 앞으로 R&D 전주기에 표준을 연계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표준화 경험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국제표준 활동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화 활동을 공식적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숙제”라면서 “앞으로 이를 위한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