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가 공항 임대료 감면에 이어 특허수수료 절감으로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정비 부담을 덜어낸 면세업계는 명품 재고 판매와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 등 내국인 공략에 적극 나선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면세점 특허수수료 감경에 대한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수수료 절감이 가능해졌다. 올해 국내 면세점이 납부해야 할 특허수수료는 740억원 수준이었다.
앞서 공항 임대료도 대폭 감면됐다. 내년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납부 방식이 기존 고정임대료 형태에서 매출과 연동된 품목별 영업요율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은 한 달에 450억원 상당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실적 악화 주된 요인이던 고정비 부담도 덜었다. 올해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모든 면세 사업자가 적자 전환했지만 잇단 임대료 감면 정책에 힘입어 4분기 뚜렷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매출 숨통도 조금씩 틔고 있다. 해외 관광은 어렵지만 일부 중국인 보따리상 수요와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세다. 무착륙 관광비행을 겨냥한 상품도 잇달아 내놨다. 신라면세점은 10일부터 무착륙 관광 내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80% 할인하는 '레드 세일'을 진행한다. 신라트립에서는 무착륙 비행관광 항공편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인터넷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S리워즈를 최대 1.5%까지 기본 적립한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제주항공과 제휴를 맺고 국제선 무착륙 비행 탑승 고객에게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12일 첫 비행에는 전원에게 마스크, 에코백 등이 담긴 트래블 키트를 준다. 또한 이달 중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을 탑승한 신세계면세점 구매객 중 10명을 추첨해 50만원 상당의 호텔 바우처를 경품으로 제공한다.
지난달 정부는 도착지 없는 국제관광비행 상품에도 해외 출국 때와 같은 면세 혜택을 허용하는 방침을 내놨다. 항공사의 무착륙 비행 관광 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만큼, 내국인 수요를 겨냥한 면세 프로모션을 적극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면세업계는 이 같은 시장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달 말 완료되는 '제3자 국외반송'의 연장이 시급하다. 제3자 반송은 국내 면세점이 해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품을 보낼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중국 도매법인으로 등록된 보따리상은 국내를 방문하지 않아도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현재 면세점 매출에서 제3자 반송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입출국이 제한된 만큼 면세점 판로 유지를 위한 제3자 반송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외국인 매출이 줄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 당국이 이달부터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유전자증폭(CPR) 진단검사와 혈청검사 증명서 등을 요구하면서 중국인 보따리상 발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외국인 매출이 감소됐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크다”면서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제3자 반송의 무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