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박정호 SK텔레콤·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투톱 체제'로 전환한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공격 투자 발판 마련을 위해 박 부회장을 선임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박 부회장 선임으로 SK텔레콤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간 협력도 더욱 유연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과 SK하이닉스의 인연은 깊다. 박 부회장이 2011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이던 시절 하이닉스반도체 인수팀장을 맡아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인물인 만큼 평소 SK하이닉스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SK그룹은 박 부회장이 인텔 출신 기술 전문가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박 부회장은 재무, 회계, 인사 등 업무에 집중하고, 이 사장은 차세대 칩 기술 개발과 양산 최적화 등 기술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사세를 키우기 위한 굵직한 투자 결정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사업 관련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SK그룹 차원에서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부회장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 기술 시너지 효과도 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출시하며 AI 칩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최태원 회장이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가 기기 내에서 제대로 움직이려면 팔과 다리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의 연동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계 D램 시장에서 30% 안팎 점유율을 확보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간 협력이 더욱 유연해지면서 양사의 AI 시장 진출 속도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