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군제(光棍節) 특수에 몸을 실은 국내 기업들이 매출 신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화장품·패션업계도 모처럼 특수를 누리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12일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광군제 행사에서 총거래액이 4982억위안(약 83조79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국내 전자상거래 연간 거래액(약 134조원)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덕분에 국내 기업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패션과 뷰티 업종을 중심으로 이번 중국 광군제 행사를 통해 국내 판매 부진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한국 제품 중 가장 인기를 끈 품목은 화장품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후와 숨·오휘·빌리프·VDL·CNP 등 LG생활건강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15억5000만위안(약 260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대비 174% 신장했다.
LG생활건강은 티몰에 직영몰을 운영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대적 마케팅을 펼친 효과를 봤다. 대표 상품인 후는 광군제 매출이 지난해보다 181% 늘며 '뷰티 10억위안' 브랜드 클럽에 입성했다.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도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특히 후의 대표 인기 제품인 천기단 화현 세트는 지난해보다 200% 증가한 76만 세트를 판매하며 티몰 전체 카테고리 중 매출 기준 화웨이,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숨은 매출이 92% 늘며 국내 럭셔리 뷰티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오휘 783%, CNP 156%, 빌리프 153%, VDL 7%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높은 성장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이번 광군제에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늘며 신기록을 갱신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매출이 174% 성장하며 티몰 럭셔리 뷰티 부문 5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예약판매 3분 만에 1억위안(약 170억원)을 판매한데 이어 반나절 만에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라네즈도 립슬리핑 마스크 예약 판매 첫날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아이오페와 프리메라도 작년보다 매출이 각각 66%, 44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광군제를 앞두고 전용 상품을 기획하는 등 총력을 기울인 효과를 봤다.
패션기업도 모처럼 웃었다. 이랜드는 광군제 기간 동안 온라인몰에서 4억7500만위안(약 8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광군제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는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로 매출이 80% 늘며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억위안을 넘겼다.
올해 광군제는 그동안 이랜드가 진행해온 디지털 대전환과 신소매 마케팅 전략이 시너지를 내며 큰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샤오청쉬, 왕홍 등 중국 내 새로운 이커머스의 채널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으로 중국 e커머스 신성장 동력을 재확인했다.
이랜드는 이번 광군제에 앞서 'O2O 재고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과 물류 통합 시스템을 통해 당일 배송률을 47%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다. 물류 창고에 있는 상품뿐 아니라 중국 내 3000여개 매장 재고를 실시간 클라우드로 관리해 고객들이 결품 없이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매출 흥행 원동력이 됐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