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2>대학 구조조정, 대학 활용정책으로 가자

초저출산의 40만명대 첫 출생 세대인 2002년생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내년 대학에 진학한다. 2000년에 63만4000명이 태어났지만 2002년에는 49만2000명이 태어나 2년 사이 출생자수가 14만2000명이나 줄었다. 대학은 이제 이들을 신입생으로 맞게 된다.

대학 입학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적지 않은 대학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이른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 정원을 강제 또는 자율 감축하도록 하거나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정, 사실상 폐교를 유도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구조조정의 주 대상은 지방 소규모 사립대가 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에 입학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립대는 폐교하면 그 잔여재산이 다른 학교법인이나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설립자 입장에선 폐교를 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립자 입장에서는 규모를 줄여서라도 모집정원 1000명이라면 600명, 500명으로 학교를 유지·경영하려 할 것이다. 학과 폐과도 쉽지 않다. 대법원이 학과 폐지는 해당 학과 재적학생이 0명이 됐을 때에야 해당 학과의 교원 재임용 거부가 가능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또 적지 않은 교직원을 해고해야만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지역 사회 입장에선 아무리 소규모 대학이라 하더라도 대학은 고용 창출 기관이고 소비 기관이며 문화 공간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는 대학 폐교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북 남원의 서남대 폐교가 대표 사례다. 우리보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를 겪은 일본은 모집정원 500명 이하 대학이 425개교로 전체 767개교의 55.4%를 차지할 정도로 소규모 대학이 많다. 소규모 대학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경상비의 10%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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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도 일정 수의 대학에 퇴출을 유도하는 방식보다 경영이 불가능한 한계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이 지역 사회에서 나름 역할을 하는 대학 활용 정책이 바람직하다. 대학이 구조조정을 자율 실시하고 잉여 교지, 시설, 재산 등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모집정원 유보제 도입을 제안한다. 사립대는 모집정원에 매우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정원을 한번 줄이면 다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학과 개편을 하고자 할 때도 여유 정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집정원 일부에 대해 일정 기간 모집을 잠정 유보했다가 상황에 따라 다시 모집할 수 있다면 대학은 정원 조정을 좀 더 자유로이 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 교사와 교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인구밀집 지역 대학은 잉여 교사에 공립 특수학교를 세우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특수교육 수요는 늘어나지만 교육청은 특수학교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의 잉여 교사를 활용할 수 있다면 특수학교를 용이하게 설립·운영할 수 있다. 또 대학에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이 직업체험센터, 창업보육센터, 직업훈련시설, 청소년시설, 노인복지시설, 공공도서관, 공공박물관, 주민체육시설 등을 설치·운영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 교사나 교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면 대학 특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에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사회복지학과를 두고 여유 교사와 교지에 요양병원 등 노인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하면 이 분야의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립대는 특정 설립자의 재산이 아니라 공공 재산이다. 폐교보다 국가 사회에 공공 시설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방식이 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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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gyuu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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