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 많았다. 자칫 우리 삶의 뿌리마저 뒤흔들 듯 휘몰아친 사건들이었다. 2020년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격랑 한가운데에 있었다 해도 무방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는 우리 경제와 관련된 주제가 큰 줄거리를 잡았다. 규제 개혁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도 2019년을 가늠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문제는 하반기 전망을 가늠하는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소부장 국산화, 특히 수출 규제 3대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은 대한민국 국가 과제로 여겨졌다.
이런 사건이 우리 경제의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도전과 분투를 하게 채찍질했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우려보다는 도전과 정책의 빈자리를 찾아 채우려는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기도 했다. 2019년을 보내며 이 지면을 통해 뽑은 한마디 소회는 '생존을 위한 혁신'이었다.
그리고 2020년 경자년을 열었다. 비록 '코로나19'란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내몰렸지만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맡은 기고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6월에는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는 소식과 '소부장 특별법' 시행을 전하면서 소부장 1년이 우리에게 기회의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5월에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잘 참아내고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도 실었다. 당시 추가 확진자가 100명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비록 '섣부른 낙관론도 피해야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만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전했다. 차츰 이런 판단이 서투른 것이었음을 실감해야 했고, 결국 코로나19 앞에서 공공방역 정책을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는 기고문의 마지막 주문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곧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는다. 'ET정책포럼'은 새해에 'ET대학포럼'으로, 조금 다른 초점에서 정책의 빈자리를 찾아 제안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희망의 소식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전할 것이다.
바라건대 지금부터 다시 1년의 시간이 지난 내년 이맘때쯤에는 '전화위복'이란 단어를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가올 1년 동안 코로나19는 모양을 바꿔 가며 다시금 몰아칠 수도 있다. 경제는 정부의 파격 정책 없이 버티기 어렵고, 우리는 다른 이들과 거리를 둔 채 상당 기간 버텨야 할지 모른다.
그사이 우리는 국가방역시스템을 정비하고, 비상시 가용한 공공안전망을 구축하며, 정보가 더 신속하게 체계를 갖춰 공유하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꼭 이렇게 되도록 정부·기업과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공공정책 방향을 바로 제시하고 견지하는 데 참여해야 하겠다.
우리는 더 열리고, 더 유연하며, 더 바른 정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손에 든 셈이다. 이 과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전유물일 수 없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두고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과정 없이는 국가 위기를 극복할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독자들은 이 지면에 많은 호응을 보여 줬다. 이것은 기고자들에게 가장 뿌듯한 보상이다.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개선 관련 대안을 빠뜨린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런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새해의 'ET대학포럼'도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는 믿음이다. 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로 귀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이 지면은 국민의 목소리에 열려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