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 판매·혜택 등 '따로국밥'
중고사이트에 되팔아 차익실현 기승
다양한 회원사 보유·가맹점수 급증
'제로페이' 통합 플랫폼 활용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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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비 촉진과 언택트 상거래가 늘면서 지류가 아닌 모바일, 카드형 상품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시장 뿐 아니라 최근에는 유통 가맹점, 학원 업종, 온라인 쇼핑 등 지역 화폐 개념으로 지역상품권 발행이 급증했다.

올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 종류만 228개에 달한다. 아직까지 카드형 상품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로 많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기반 상품권 발행도 급증세다.

실제 지자체별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현황을 보면 서울시는 전체 지역상품권 27종 중 26종이 모바일 상품권이다. 울산시, 경기도, 강원도,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등 다수 광역자치단체와 지자체도 모바일 기반 상품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보다 효율적인 결제 편의성을 확보하고, 온·오프라인 업종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류→모바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에 힘입어 올해 지역상품권 지원 규모는 9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가맹점 수도 183만개에 달한다. 이제 지역상품권이 신용카드나 현금처럼 하나의 소비 도구로 대중화됐다는 말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모바일, 카드 상품권을 발행하다보니 부정결제나 사재기, 각종 보안사고도 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모바일 상품권을 할인가에 대량 구매해 중년층에 되팔이 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미성년자가 술이나 담배를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추적이 힘들고, 지자체별로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 통합적인 사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 가맹등록 대거 미달 우려

또 하나의 문제는 카드가맹과 지역상품권 가맹을 구분, 이중 등록을 해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일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 7조가 개정됐다. 지역상품권 가맹을 위해서는 소상공인이 지자체 조례에 따라 별도 가맹 등록을 해야 한다. 종전에는 카드 가맹이 돼 있는 곳은 추가 가맹 등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지역 상권 회복 취지로 출발한 지역상품권 행정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감현장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카드가맹과 동일한 기능을 부여하거나 수백종에 달하는 지역상품권을 관리·감독하고, 이 안에서 추출되는 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 구조를 보면 발행한도를 정해 발급을 하면 이를 대행하는 민간 사업자가 선정된다.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코나아이, KT, 조폐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판매 대행부터 적립 마케팅, 운영 권한을 부여받는다. 문제는 따로국밥 식으로 운영주체가 다르다 보니 일관된 상품권 정책을 펼 수가 없다. 수시로 적립이나 혜택이 줄어들거나 각종 보안 사고에도 취약하기 그지 없다. 독립적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선정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자체 상품권 할인 정책에 돈을 태우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한 민간 지역상품권 운영사 관계자는 “지자체가 사후관리 능력이 부족한 곳이 많아 민간 운영사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지자체 사업을 따오기 위해서는 상품권 발행이 성공적인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자체 자금을 태우거나 관리 비용을 줄이는 상황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고사이트 되팔이 기승…관리 사각 부작용 속출

모바일 전통 상품권이 중고 사이트 등에서 불법 깡 수단으로 변질되며 되팔이하는 사례도 급증세다.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대거 사들여 중고 사이트에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관리 시스템이 전무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상품권 판매에 나서며 20%가량 할인해주고 있다.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사들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의 5~10%를 인하해 판매한다는 글이 지금도 버젓이 올라와 있다.

모바일 상품권 선물하기 기능을 악용,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사례가 드물긴 하지만 개인 판매 외에 집단으로 이뤄지는 상품권 깡 사례도 출현했다.

담배, 술 등 유해 상품을 전통 상품권으로 구매하는 데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청소년들이 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수조원의 소비 수단으로 사용되는 지방 상품권 강점은 살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허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소상공인 업종에서 제로페이 플랫폼을 지역 상품권 통합 툴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로페이 채널 활용하면 1조원 발행 시 100억원 수수료 감면 효과

단기간 내에 지역상품권 허브를 구축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 또 지자체별로 놓인 상황이 다르고,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현재 가장 유효한 방법은 종전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제로페이 플랫폼을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지역상품권을 가장 많이 발행하는 서울시와 굵직한 지자체는 이미 제로페이 연계를 통해 상품권을 판매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재난지원금 여파로 제로페이는 언택트 기반 결제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은 물론 가장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 집적과 관리, 마케팅이 가능하다.

지역상품권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쓰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수용하는 가맹점 저변이 넓어야 한다. 지자체가 가맹점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고, 관리를 맡는 민간기업도 이를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에 제로페이는 간편결제진흥원 산하에 다양한 회원사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부터 시중 은행, 간편결제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후 관리는 물론 이후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 사용처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짙다.

무엇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가맹점 수도 눈여겨봐야한다. 현재 제로페이 지역별 가맹점 수는 70만개에 육박했다. 지역상품권을 받는 가맹점을 이미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기준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한 모바일 상품권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가 일원화된 관리시스템 수립 협의만 진행된다면 제로페이 툴을 활용해 효율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언택트 기반 소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쇼핑 등 소비도 급증세다.

그간 지역 상품권은 전통 시장 등에서 활용됐다. 이제 온라인으로 소비 영역이 확대되는 시점이다. 또 해외 직구 등 크로스보더 커머스 소비도 늘고 있는 만큼 지역상품권 소비 영역을 아날로그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제로페이는 이런 측면에서 이미 위챗페이 연동 등 글로벌 커머스 크로스보더 준비를 마쳤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는 물론 전자결제 사업자와 온라인(모바일) 제로페이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럴 경우 소상공인 매출 확대는 물론 신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현재 제로페이 운영사인 간편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 빅데이터 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지자체가 데이터에 기반한 소상공인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게 골자다. 빅데이터 센터가 구축되면 소상공인 전용 금융 서비스는 물론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제안·수립할 수 있다. 소비자-소상공인-지자체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상생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