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
전력기금 쓰면 독립 운영 가능하지만
전기요금 반영땐 제도 지속성 보장돼
연료비 연동 시행 등 선행조건은 부담
정부가 이르면 내년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를 법제화한다. EERS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안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에 EERS 비용을 반영해 제도를 지속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고, 기금을 운영하면 독립 재원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2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EERS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개정해 법제화할 계획이지만 제도 대상과 재원 충당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EERS는 에너지공급자에게 에너지 판매량(GWh)과 비례해 에너지 절감목표를 부여하고, 효율향상 투자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설정한 에너지효율 개선 목표를 전력·가스, 기타 에너지 공급업체에 배분해 의무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한다.
한국전력과 한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에서는 2018년부터 EERS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히트펌프보일러 △프리미엄전동기 △회생제동장치 등 15개 품목에 대한 효율 향상을 추진한다. 가스공사는 △산업·건물용 보일러 교체 △가정용 보일러 교체 △스마트 계량기 실증사업 등을 추진하고, 난방공사는 △세대 난방설비 효율화 △급탕 예열열교환기 설치를 지원한다.
정부는 EERS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재원 충당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와 유럽 등 EERS를 이미 도입한 곳에서도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EERS 비용을 반영하거나 별도 기금으로 운영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EERS를 도입한 주는 27곳인데 이 중 15곳은 기금을 기반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나머지 12곳은 전기요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EERS를 법제화하면 전기요금을 반영할 수 있고 효율 향상 사업은 전력산업기금에서 집행할 수 있는 근거도 있다”면서 “정부도 이 두가지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EERS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지속가능한 제도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EERS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반면에 EERS 재원 충당 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가뜩이나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와 탄소배출권거래제(ETS)로 인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에너지공기업에 추가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RPS와 ETS 비용이 이미 수조원 대인 상황에서 EERS 비용 보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기반 기금으로 EERS 재원을 충당하면 독립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고,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은 환경부담금과 연료비 연동제 등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