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삼성을 일궈내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 큰 족적을 남긴 이건희 삼성 회장 영결식과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이 참석했다. 또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회장의 약력보고,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회장의 이 회장과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 몰두하는 모습 그리고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김 회장은 이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에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했고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는 모습을 본 이 부회장의 고교 은사 한우택 선생님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는데,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면서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추모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영결식은 비공개 가족장으로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영결식 후 이건희 회장과 유족, 친지 등을 태운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이 거주하던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필생의 노력으로 일군 화성 및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들렀다.
화성 사업장에서는 도착 2시간 전부터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회사에서 준비한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받아 들고, 약 2㎞에 달하는 화성캠퍼스내 도로 양편에 늘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고인이 2010년과 2011년 기공식과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했다. 이곳에서 과거 16라인 방문 당시 동영상이 2분여간 상영됐고, 방진복을 입은 직원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버스 탑승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이후 장지로 이동한 이건희 회장은 수원에 있는 가족 선영에 영원히 잠들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