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8월 도입한 벤처투자촉진법이 벤처투자, 특히 초기투자를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촉법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의 경영참여형 사모투자집합기구(PEF) 또는 신기술금융사의 지분 취득 행위'를 금지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액셀러레이터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투자회사 등 기존 팁스 프로그램 운용사가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늘렸다. 올해 들어서만 60개 이상 등록이 늘면서 전체 액셀러레이터 수는 8월 기준 272개사로 급증했다.

창투사 등 대다수 벤처캐피털(VC)이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취득한 것은 팁스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다. 초기 기업부터 기존 주력사업인 사모펀드 투자까지 연결성을 갖기 위해서다. 즉, 초기기업을 발굴해 기업 성장을 같이하겠다는 것이 전략 핵심이다.

하지만 벤촉법은 이런 투자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

VC 입장에선 초기 단계의 연계투자를 위해 취득한 액셀러레이터 자격이 오히려 규모가 훨씬 큰 성장 단계 투자를 막는 결과에 직면한 것이다. 신규 사업을 위해 본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정부도 뒤늦게 문제점을 인지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유권 해석이나 대책은 못 내놓고 있다. 이런 사이에 액셀러레이터 자격 반납 등 업계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법률 제정 당시부터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에 앞서 하루라도 빨리 업계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일은 이미 벌어졌다. 먼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본 법안과 시행령 등에 흩어져 있는 관련 규정은 법률 개정 등 후속조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소·벤처 관련 법령에 상충되는 요소들은 없는 지,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해 보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