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면세 굴기에 막힌 롯데免…빛바랜 글로벌 1위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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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언한 '2020년 세계 면세시장 1위 도약'이라는 청사진이 중국의 면세점 굴기에 막혀 물거품됐다. 중국 당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면세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선두를 노렸던 국내 면세점의 위기감도 고조됐다.

19일 영국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면세점그룹(CDFG)은 올 상반기 28억5500만 달러 매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면세기업으로 도약했다. 작년까지 세계 1위였던 스위스 듀프리는 17억3300만 달러로 2위로 밀렸고, 롯데면세점은 12억5000만 달러로 3위로 주저앉았다.

롯데는 지난 2015년 단일 매장 기준 세계 최대 면세점인 소공동 본점을 앞세워 5년내 글로벌 1위 면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20'을 밝힌 바 있다. 신동빈 회장 역시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청사진은 CDFG의 급성장에 밀려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면세점은 토산품 특정매입까지 매출에 포함하면 상반기 기준 듀프리 매출을 앞질렀다는 입장이지만 CDFG에게 밀리며 2020년 글로벌 선두 목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2015년 청사진을 밝혔을 당시만 해도 CDFG가 세계 12위 기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다.

문제는 CDFG의 성장세가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이상이 중국인 관련 매출이라는 점에서 롯데뿐 아니라 국내 면세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중국 당국은 해외 소비를 내수로 돌리기 위해 하이난다오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지난 7월부터 하이난 지역 면세한도를 1인당 10만위안으로 3배 상향하고 면세 품목도 늘렸다. 외국인 유인 정책으로 한국을 포함한 59개국에 30일 무비자 정책을 펼치고 있고, 자국민에게는 하이난 방문 후 180일 동안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보따리상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온 국내 면세점의 성장 전략은 하이난 지역을 면세 특구로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으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도 CDFG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급성장 중인 중국 면세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CDFG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올 3분기 하이난 면세시장 방문객은 120만명으로 62% 늘었다. 면세한도 상향에 따라 하이난 지역 매출도 올해 3조7655억원에서 내년 4조7446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코로나 여파로 올해에만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법인을 줄줄이 청산하며 외형 성장이 크게 위축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위스 듀프리 부진으로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선두 비전이 현실화되는 듯 했으나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CDFG 성장세가 변수로 떠올랐다”면서 “현재와 같은 중국의 내수 부양 및 면세산업 지원이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구매력을 갖춘 하이난 지역 면세점에게 일정 부분 지배력을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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