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기술로 세포 속 유전자 추적

김하진 UNIST 교수팀, 세포 속 유전자 움직임 장시간·고감도 관측 기술 개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DNA 응집구조 관측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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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해 유전자 추적 관측 기술을 개발한 김하진 교수팀(왼쪽부터 노시형 연구원, 김 교수, 나렌드라 차드리 연구원)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로 세포 속 유전자(DNA)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이용훈)은 김하진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해 세포 핵 속에 꽁꽁 뭉쳐진 DNA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DNA 속 특정 영역을 편집하는 기술이다. DNA 특정 영역을 자르는 '가위 효소'와 이 효소를 안내하는 gRNA로 구성된다.

김 교수팀은 가위 효소에 DNA의 특정 영역에 결합하는 형광 단백질을 붙여 DNA의 위치를 추적했다. 위치 추적 과정에서 '잡음 신호'를 줄이는 기법으로 기존의 유전자 가위 기반 이미징 방법보다 정확도와 해상도를 높였다. 이 덕분에 크로마틴 구조 변화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다.

크로마틴은 2m나 되는 DNA를 수 마이크론(10-6m) 크기의 세포핵 속에 뭉쳐놓은 구조다. 최근 크로마틴 구조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크로마틴 구조 이상이 암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하진 교수는 “크로마틴 구조 변화와 유전자 발현, 노화, 암 간의 정확한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서는 크로마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관찰하려는 DNA의 특정 위치에 세 조각으로 쪼개진 형광 표지 단백질을 붙이는 방식을 썼다. 형광체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면 DNA의 위치와 모양을 알 수 있다. 형광 표지 단백질이 세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 기반 이미징 기법보다 원하는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신호를 얻고, 죽은 형광 신호는 되살릴 수 있다.

김 교수팀은 DNA가 물 속에서 잉크가 퍼지는 것처럼 수동적 확산을 보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도 위치를 옮기는 현상을 확인했다. 새로 개발된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DNA 특정 영역의 움직임을 장시간 추적한 결과다.

김 교수는 “개발한 크로마틴 이미징 기술과 크로마틴 3차원 구조 측정 기술을 결합해 암을 비롯한 유전체 질병에 적용할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질병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게놈리서치 9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지원을 받았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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