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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연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낡은 관습·인프라·노사갈등을 고쳐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연임 후 2기 경영방침은 1기에서 큰 변화를 가져가지 않고, 코로나19 극복과 신산업 발굴,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회장은 28일 오후 온라인 기자브리핑을 열고 산은 회장 연임 후 경영방침과 산은의 대기업 구조조정 현안을 설명했다. 지난 11일 제39대 산은 회장으로 연임한 후 첫 기자간담회다. 임기는 3년이다. 산은 수장이 연임한 것은 26년 만이다.

이 회장은 쌍용차, 아시나아 등 대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설명하면서 기업 체질 개선은 물론 사회적인 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노사갈등으로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마련이란 3대 원칙에서 진행한다”면서 “몇몇 회사 노조는 사측과 채권단의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파업을 통해 번복을 시도한다. 약속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노사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관행을 해외 사례처럼 다년 단위로 계약해야 한다”면서 “상식적으로 매년 노사 교섭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회사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 관습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사회 안전망 보강을 주문했다. 기업 구조조정 고통을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약한 사회 안전망은 더 강한 반발을 초래한다. 구조조정 고통을 개인에게만 전가하면 갈등을 빚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또 세대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호봉제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기 발간 축하연 건배사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건배사로 '가자 20년, 대한민국 1등 국가'를 제안했다.

그는 “이해찬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상호 연락한 적이 없다.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정책 금융을 실행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 “당시 건배사에서 사려깊지 못한 발언을 한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현재진행 중인 항공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아시아나 인수 무산 관련)HDC현대산업개발이 법적 대응하겠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 채권단으로서 이 사건이 조용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며 “저비용항공사(LCC)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여부는 검토해야 한다. 개별 기업 상황이 상이한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직접 지원 어렵다. 기안기금 지원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기 임기동안 신산업 기업을 육성하고 대규모 투·융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회장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산업정책론자'다. 지금의 삼성, LG, SK는 정부가 1960~1970년대 수십조, 수백조원에 달하는 지원과 보호로 육성한 기업”이라면서 “단돈 몇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미래 대기업이 생겨나지 않는다. 스케일업 투자를 적극 추진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