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설]K-스탠더드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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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22일 창간 38주년을 맞았다. 청년을 거쳐 장년으로 가는 문턱이다.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한 전자신문과 대한민국 전자 산업 역사는 정확하게 오버랩 된다. 전자신문이 걸어온 길은 좁게는 전자, 넓게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과거와 현재였다. 시장경제에서 뿌리조차 없던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은 전자 산업이었다. 1970년대 세계적인 기업의 제조 하청기지로 시작해 1980년대 반도체로 발판을 마련, 마침내 산업화에 성공했다.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지만 그래도 압축 성장 배경은 전자 산업 덕분이었다.

1990년대 정보화 시대는 대한민국 세상이었다. 국민PC 보급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망을 상용화, 정보화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과감한 정부의 결단 및 리더십, 산업계의 역동성 및 열정 등을 배경으로 정보통신 기반을 닦으면서 ICT 강국 반열에 올랐다. 삼성, LG, SK와 같은 초일류 기업이 나왔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걸출한 기업도 배출했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라는 슬로건으로 가장 앞서서 지식네트워크 사회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정보화 시대에도 전자신문은 늘 동반자이자 격려자로서 함께 울고 웃었다.

산업화와 정보화 혁명을 거친 대한민국은 다시 4차 산업혁명 출발점에 섰다. 산업화와 정보화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업과 ICT 산업 노하우 및 경쟁력은 가장 큰 밑거름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의 모든 나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다행히 뚜렷한 강자도, 두드러진 선두 주자도 없다. 승자가 누가 될지도 가늠할 수 없다. 지금까지 가 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방식으로 개척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확산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의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세상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ICT 경쟁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과학과 정보기술(IT) 기반으로 감염자 관리와 방역, 뛰어난 의료시스템, 해외 입국자 관리, 차분한 기업 대응 등 모든 면에서 새 기준을 보여 줬다. 선도적으로 시행한 드라이브 스루 검진, 선별 진료소 운영,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관리 등은 많은 나라에서 도입했다. 이른바 'K-스탠더드'의 부상이다. K-스탠더드는 우리만의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확실한 무기다.

K-스탠더드를 위한 가속페달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 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산업 복구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 가야 한다. 이미 강점이 검증된 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도 손색이 없다. K-바이오가 대표 분야다. 진단키트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앞선 바이오 기술을 유감없이 보였다. 성과를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이어 갈 때 비로소 찬사를 받은 K-방역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ICT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한 언택트 산업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는 이미 대세가 됐다. 에듀테크 서비스와 원격 영상 솔루션을 포함한 언택트 기술은 소프트웨어(SW) 분야를 다시 쓸 기회가 될 것이다. 혁신경제를 이끌 벤처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지상 과제로 전략을 짜고, 정부는 불필요한 모든 규제를 손봐야 한다. 때로는 대립하고 견제하더라도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한다. 절체절명의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정부, 기업, 민간이라는 삼각편대가 힘을 하나로 모을 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각 분야 간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가 역량을 결집, 산업 키워드로 K-스탠더드를 밀고 나가야 한다.

물론 지난한 과정이다. 뒤돌아보면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확실한 지향점과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다행히 옥석이 가려졌다.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확실한 경쟁력인 K-스탠더드를 앞세워 미래 대한민국을 설계하자. 38살을 맞는 성년 전자신문은 이를 위한 작은 주춧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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