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주주 요건 강화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주주 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청원에 1만3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크게 낮아짐에 따라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규모 매도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급격히 상승한 증시와 실물경제간 괴리로 인해 언제 폭락장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경계감 속에서 대주주 요건 강화가 매도 폭탄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시작한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기에 대해 3만8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지난 7월과 8월에도 정부의 대주주 요건 방침 수정 청원이 다수 제기됐었다. 이번 청원은 4분기 연말 증시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어 참여율이 더 높아졌다.

정부는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대주주 요건을 순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시장은 대주주 요건이 지분보유액에 따라 '지분율 1% 또는 10억원 이상'이나 내년 4월부터 '1% 보유 또는 시총 3억원 이상'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코스닥 시장도 '지분율 2% 또는 1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2% 또는 3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요건 수위가 타이트해진다.

대주주 요건에 대한 논란은 시총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지분율보다는 주식 보유가치 기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가 세금 납부기간이 지난 후 다시 매수하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대주주 범위가 투자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보유분까지 합산되므로 대주주 요건에 새롭게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개인투자자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타주주는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 등이 포함되는데 기타주주까지 대주주에 포함되므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주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가 연초에 다시 매수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월별 거래행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12월에 순매도를 강화하고 1월에 순매수를 강화했다. 이런 거래행태는 12월과 1월에 주가를 변동시키는 원인이 되긴 했으나 큰 폭의 변동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인투자자의 12월 누적순매도 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대주주 기준이 강화된 2012년, 2015년, 2017년, 2019년 12월에 전년 대비 개인투자자의 누적순매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12월 개인투자자의 순매도 물량은 주로 기관 투자자가 순매수하며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12월 누적순매도가 늘어난 것과 달리 기관투자자는 12월 누적순매수가 증가해 대조를 이룬다.

금융투자업계와 국회도 대주주 요건 강화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023년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시행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세 등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는 만큼 주식시장 충격과 조세저항 방지를 위해 대주주 요건 강화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손실금액을 합산하는 손익통산과 세금 이월공제가 2023년부터 적용되는데 그 전에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춰버리면 대상자가 상당히 넓어지게 되므로 과세 합리화에 문제가 생긴다”며 “조세 합리화를 위해 대주주 요건 강화 시기를 반드시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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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변화 추이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자본시장연구원)>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