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코마는 카카오재팬이 일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만화 플랫폼이다. 2016년 4월 운영을 시작해 올해 8월 일본 양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비게임 부문 통합 매출 1위에 올랐다.
픽코마에 연재되는 작품 중 한국이 '원조' 격인 웹툰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픽코마 웹툰 2020년 2분기 거래액은 2020년 1분기 대비 2.3배, 2019년 2분기 대비 4.3배 성장했다.
7월 기준 픽코마 3만여개 작품 중 웹툰 수는 1.3% 비중이지만 전체 거래액 기준으로는 35~40%를 차지한다.
픽코마 서비스를 이끄는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일본 내 타 만화서비스들은 웹툰 비중이 픽코마보다 낮다”면서 “픽코마 웹툰 성장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대표가 직접 영업으로 신뢰 쌓아…한국 웹툰 비즈니스 모델 이식으로 급성장
-일본에서 픽코마는 어떻게 성장했나?
▲일본은 세계 1위 만화시장이다. 픽코마가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인 2016년에는 현지 대형 출판사와 현지 정보기술(IT) 기업, 미국 IT기업, 한국 IT기업들이 디지털만화 서비스를 2~4년 이상 앞서 시장에 진입한 상태였다.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인지도나 사업 초기 트래픽, 매출 등 여러 부분에서 고전했다.
서비스 론칭 후 한 달이 지난 2016년 5월까지 하루 매출 200엔 정도였다. 5월에 일 열람자 수를 3000명까지 올리는 것도 버거웠는데, 7월 27일 1만명을 달성했고 1만명 돌파 이후 단 열흘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10월에는 일 열람자 수 1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일 열람자 수가 360만명 정도로 일본 만화앱 중 가장 많다.
-후발주자에서 현지 업계 최고가 되기까지 어떤 점이 주효했나.
▲첫 번째는 창작자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픽코마는 작품 하나하나를 분석해 운영한다. 이런 철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창작자와 출판사로부터 호응과 지지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사업초기부터 일본 현지 출판사를 대표가 직접 방문해 대면 영업을 했다.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고, 출판사와 협상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 판매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즐기려고 하는 고객 요구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 밑바탕이 됐다. 이 비지니스 모델이 '마떼바 〃0 (기다리면 무료, 기다무)'다. 앞서 모바일 게임에서 검증된 상태였고, 한국에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상용화한 모델이었다.
출판사에게 '기다무'에 작품을 제공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비스 초기에는 '기다무'가 1~2작품 정도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후에는 일본의 대형출판사도 작품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기다무' 작품이 1만개를 넘어섰다.
'기다무'는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급증하는 상황 속 이용자를 확대하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들은 대부분 비슷한 비지니스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기다무' 운영방식은 초기엔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일본 현지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했다. 현재는 '이마다케〃0 (지금만 무료)' '〃0+(1일 10회 무료)'등 여러 모델로 진화했다.
-픽코마가 7월 일본에서 비게임 부문 앱 매출 1위에 올랐다. 외국계 기업이 현지 콘텐츠 시장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픽코마는 서비스 초창기부터 메인 이용자 타깃을 '코어 유저'가 아닌 '라이트 유저'로 잡았다. 스마트폰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가 더 큰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형 웹툰은 라이트 유저 층이나 젊은 층까지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인 만화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일본 출판 단행본 만화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코믹과, 한국형 웹툰과 같이 세로형 스크롤 방식으로 보는 웹툰이다.
웹툰은 한국에서 처음 나온 디지털 만화 방식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보편화됐고 일본 역시 최근 조금씩 작품이 나오는 상황이다. 픽코마에서 서비스 중인 전체 작품 약 3만4000개 작품 중 웹툰은 약 400개로 전체 2% 미만이지만 픽코마 전체 매출 중 약 35~40%를 내고 있다.
◇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오픈마인드와 빠른 연재 속도는 한국 웹툰의 강점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만화왕국이다. 만화 소비문화가 견고할 것 같다. 픽코마를 비롯한 디지털 만화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있나?
▲지난 8월 앱애니 조사에 따르면 일본 Z세대 인기앱 톱10 랭킹에서 픽코마가 6위를 차지했다. 작년까지 메인유저는 20대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들어 Z세대까지 유저 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성세대보다 모바일 콘텐츠를 쉽게 받아들이는 Z세대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는 등 비대면 문화가 확산됐다. 종이 만화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 시장으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픽코마 올해 2분기 거래액은 작년 대비 2.5배 증가, 전분기 대비 61% 성장했다.
-픽코마가 향후 개척할 수 있는 글로벌 만화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글로벌 만화시장은 1990년대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였다가 출판만화 시장 불황으로 점차 하락했지만 최근 디지털 만화시장 급성장으로 반등 중이다.
글로벌 만화시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일본 만화시장 중 디지털 규모는 약 3조원이며 작년에 디지털이 종이시장을 역전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 미국, 동남아 등에서 디지털 만화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픽코마와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 같은 한국형 모델이 선전하는 데는 어떤 이유와 의미가 있을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이 느린 일본과 다르게 한국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업체들이 모바일 플랫폼 콘텐츠 비즈니스 노하우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10년 이상 축적된 한국 웹툰 제작과 운영 노하우를 일본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을 큰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 웹툰은 일본 출판만화와 비교해보면 연재 스피드가 빠르다. 과거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만화잡지인 점프는 주 1회 연재를 시작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빠른 연재 스피드에 고퀄리티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웹툰의 강점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