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레드오션·저금리 '이중고'…해외로 눈돌리는 한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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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레드오션' 여파에 따른 저성장과 저금리 장기화, 업황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한 데다 이자이익 중심인 금융사 수익 구조상 저금리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의 지속 가능성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국내 금융사들은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세계 경제 성장엔진인 아시아 신흥국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른바 'K-금융' 확대에 분주하다.

◇저성장·저금리 이중고, 줄어드는 수익성

저성장·저금리 늪에서 우리 금융권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산운용 수익성이 급락한 데다 저성장으로 수익 기반 확대도 쉽지 않다.

반면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은 카카오,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와 무한경쟁에 나서야 한다. 은행 간 이동이 쉬워진 만큼 고객이탈 방지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 압박도 커졌다.

보험회사도 다르지 않다. 보험사들은 최근 업계 공룡으로 떠오른 법인보험대리점(GA)에 이어 인슈어테크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업황 악화에 빅테크 기업의 간편결제업 진출로 카드사도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역대급 실적에도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이익은 대부분 상승했다.

하나금융이 올 상반기 2조8613억원 이자이익을 거둬 작년 대비 0.9% 감소했지만, KB금융은 4조683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9%, 신한금융은 4조228억원으로 3.1%, 우리금융 2조9410으로 0.3%으로 집계돼 대부분이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실상은 수익성이 작년 대비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순이자마진(NIM)이 전분기보다 각각 2∼6bp(1bp=0.01%포인트(P)) 줄었다.

각 금융지주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50%로 전분기 대비 6bp, 신한은행이 1.39%로 2bp, 하나은행이 1.37%로 2bp, 우리은행이 1.34%로 4bp 각각 줄어 모든 은행의 수익성이 감소했다.

작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이 낮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올해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하면서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에 진입한 만큼 은행의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라 밖으로 눈 돌리는 금융사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금융사들은 금융지주를 필두로 금융계열사까지 해외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나라도 과거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최근에는 정부 신남방정책에 따라 다양한 국가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7년 지주사 내에 은행·카드·금융투자(증권)·생명보험의 해외사업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업 부문을 출범시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뿐만 아니라 홍콩, 호주 등 선진시장, 멕시코, 중동 등 새 시장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글로벌 전략으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 은행 부문에서는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은행업 인가를 서두르거나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증권·카드·캐피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전략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에 편중됐던 해외 네트워크를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BIDV은행 등 기존 진출 지역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은행 업종 진출 지역의 추가 성장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베트남 외국계은행 1등'을 목표로 베트남 현지 영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수신·여신·외환 등 고유 업무와 함께 방카슈랑스와 신용카드, 투자금융(IB) 주선 등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점포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195개였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는 2017년 185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말 190개에서 작년 정부의 신남방 정책으로 인도네시아나 인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전년 대비 5개 늘어난 67개, 보험사는 전년 대비 1개 줄어든 34개였다.

◇단순 금융업 넘어 핀테크 전진기지로

국내 금융지주들은 금융 영토 확장을 넘어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해외진출까지 돕는 해외 핀테크 전지기지도 구축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작년 10월 동남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랩 센터 '디노랩 베트남'을 설치했다. 디노랩(DinnoLab)은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의 약자로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노랩 베트남은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핀테크 기업에는 현지 사무공간과 현지 기관·기업과 네트워크 주선,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과 연계 사업 발굴 등 인프라를 제공해 성공적인 안착을 돕고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신한금융도 작년 9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를 출범했다.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는 현지 공유오피스 1위 업체 '코하이브'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를 협업 파트너로 삼고 스타트업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6년 말 '신한퓨처스랩 베트남'을 출범시켜 국내 스타트업이 현지에 진출하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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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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