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교수창업 3대 키워드는 '학생, 현장, 뚝심'…"학내 창업인식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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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교수창업은 '학생, 현장, 뚝심'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특히 많은 교수들의 창업에는 '학생'이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

'은행나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윤용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무대가 제한적이에서 직접 창업에 도전했다. 공연 및 영화 제작을 직접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매니지먼트, 영상 콘텐츠 배급 플랫폼 개발 등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 웹드라마를 제작 중이며, 단편 영화 '홍기'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영화 '홍기'의 경우 유튜브에서 35만뷰를 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윤 교수는 “앞으로도 제자들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라는 방침을 넘어서 교수창업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이(HAII)'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도 학생들의 '마음의 병'을 고쳐주고 싶어서다. 제자 가운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를 보고 약물 없이 특정 질환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그가 수십년간 연구해온 사용자경험(UX)를 기술과 융합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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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훈련 챗봇 서비스 '뇌 건강 지키미 새미' 서비스를 론칭했고, ADHD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뽀미' 서비스는 임상실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그리고 20~30대가 많이 겪는 우울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미' 서비스는 9월부터 임상실험에 들어간다.

교수들의 창업은 대부분 전공 분야를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 필요로한 제품 개발로 사업화에 나선다. 수년간 연구실에서 연구한 제품 및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접목해, 살아있는 응용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장 접목은 그간 바이오분야 교수 창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ICT 분야로도 교수창업이 확대되고 있다.

AI 전문기업 애자일소다를 운영하고 있는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데이터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회사 설립 이후 카드, 은행, 보험사 등 금융 분야와 공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건이 넘는 AI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빅데이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리얼' AI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AI로 사고 차량 사진을 판별해 파손 부위·손상 정도를 파악, 수리비를 자동 산정해 제공하는 보험개발원의 'AOS 알파' 서비스를 애자일소다가 개발해 주목받았다.

권동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도 수술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어 '이지엔도서지컬'을 설립했다. 자체 개발한 유연내시경 수술로봇 'K플렉스'는 뱀처럼 유연하게 휘어져 구불구불한 장 등에 투입돼 수술할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서지컬 로봇 챌린지 2018'에서 베스트애플리케이션 상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교수창업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학 내부에서 창업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들어서야 일부 대학에서 창업 성과를 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교수들의 창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창업에 나설 경우 그에 상응하는 발전기금 등 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특히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의무 지분보유 비율이 20% 이상이다. 교수가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들어가면 대학이 그 회사 지분 20%를 요구하는 것이다. 창업을 고민하는 교수들은 대학의 지분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창업한 곳이 코스닥 상장 등으로 크게 성공할 경우, 대학과 더욱 부딪힌다. 교수 겸직 허용, 수익금 기증 등의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또한 교수 CEO는 교수 사회내 '시샘' 섞인 불만도 감내해야 한다. 상장사가 많은 바이오 분야에서 창업한 교수들은 '뚝심'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 교수는 “학교 내부에서 시기와 견제가 심하다”며 “보수적인 대학에서 본업이 아닌 창업에 집중하는 데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있고,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되나 보자'하는 분위기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 교수는 “내부 견제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며 “심지어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도 우리 솔루션을 써주지 않을 정도로 아직 국내 많은 대학들은 창업 친화적인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성공이 아닌 창업 실패로 이어질 경우 더욱 힘들어진다. 특히 교수 창업의 경우 대부분 같이 연구에 참여했던 제자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인데도 사업 초기 당시 우수인재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사업 실패로 이어질 경우 학생은 물론 학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한 대학 교수는 “명문대학 일수록 교수창업에 동원되어 '창업당했다'는 우수개 소리가 있을 정도”라며 “교수창업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함께 했던 학생은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등 교수에게 많은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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