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피아게임과 공론장의 힘

Photo Image

출시 2년이나 지난 '어몽어스라는 게임이 최근 갑자기 유행하고 있다. 이달 기준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순위 1위다. 대학교 MT를 가면 즐겨하던 마피아게임의 온라인판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민(크루원)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시민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마피아(임포스터) 플레이어를 찾아내야 한다. 공개 토론에서는 마피아들의 거짓 주장과 조작된 알리바이를 걸러내야 한다.

이 게임 역시 현실의 축소판이다. 단순히 아군과 적군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주요 포인트는 '똑똑한 마피아보다 멍청한 시민이 더 무섭다'는 점이다. 빈약한 정보에 기반을 둔 오인사격은 아군도 죽이고 자신도 죽고 팀도 지게 한다.

우리는 현실에서도 수많은 마피아게임을 접한다. 최근 유명 웹툰작가 기안84에 대한 퇴출 여론이 뜨겁다. 작품의 최근 회차 내 표현이 여성혐오라는 논란이 일었다. 작품에 대한 독자의 해석은 자유다. 그의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과 사상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원칙이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생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회적 공개처형이다. 댓글 하나가 처형 찬성 투표의 하나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기안84 사례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음식점 리뷰에서는 블랙컨슈머가 멀쩡한 업주를 음해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는 '받음)'이라는 면죄부를 붙여 수많은 지라시가 범람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큰 의심 없이 주장을 기정사실화한다.

마피아게임에서 승률이 높은 게이머들은 투표 보류 기능을 잘 활용한다. 게임이 길어지다 보면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하나 둘 보인다. 모두에게 발언권이 보장된 공론장의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자신이 확보한 팩트, 동료 시민 및 당사자의 크로스체크, 냉정한 추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간단한 원칙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게임은 다시 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잘못된 인식에 의한 사회적 오명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