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F1 더 무비'는 경쟁 구도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소니는 차 성능, 팀 자본력, 데이터 분석 역량 등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그는 더 빠르게 달리는 방식으로는 레이싱에서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영화는 '더 노력하자'는 익숙한 서사 대신,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소니는 속도 경쟁이라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는다. 기록을 줄이기 위해 차를 가볍게 만드는 게 아니라 충돌을 견딜 수 있도록 오히려 보강한다. 두명이 한 팀으로 나서는 레이스에서, 소니는 다른 레이싱카에 부딪히며 전체 흐름을 느리게 만든다. 같은 팀이 그 틈을 타 빠르게 달려 우승을 차지한다. 이처럼 언더독에게는 경쟁의 규칙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결제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는 삼성페이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단말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혁신을 안겨주었다. 간편결제사들이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키워도 오프라인에서 삼성페이를 뛰어넘기 힘들다. QR결제는 접촉보다 절차가 한 단계 더 필요한 것도 한계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와 네이버페이는 접촉 자체를 건너뛰는 얼굴결제를 택한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이 결제 행위 구조를 바꾼다. 삼성페이 강점을 비껴간다. 영화에서 소니가 속도 경쟁을 거부한 장면과 닮았다.
영화에서도 소니의 전략은 팀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갈등도 반복됐다. 얼굴결제도 당장 오프라인 결제의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말기 확대, 소비자 인식, 보안 우려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결제 선택권을 넓히고, 굳어진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에 작은 균열을 낼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얼굴결제가 소니처럼 언더독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판단이 궁금하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