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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체스왕 가리 카스파로프는 '공격자는 잘못된 수를 후회할 때도 있지만, 영영 기회를 놓치고만 후회보다 백배 낫다'는 말을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100% 성공하지 않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요. 그러나 실패 속에서 제대로 배우면 더 의미가 있습니다. 도전과 실패 경험이 쌓여 자산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의식이 '저축은행이니까'라는 틀을 벗어나 업계 최초로 모바일 풀뱅킹 서비스인 '웰컴디지털뱅크(웰뱅)'를 선보이게 된 단초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다음 스텝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경영철학으로 '도전'을 꼽았다. 도전하면서 얻은 경험이 자산이 될 것이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김대웅 대표는 “저축은행 역시도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서비스 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우린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디지털 풀뱅킹 플랫폼 웰뱅을 선보이면서 '저축은행발 메기'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서 저축은행 혁신을 선도했던 김 대표가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연의 역할에 다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서민들에게 가장 큰 편익을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이데이터가 서민들에게 긍정적인 보완형 신용평가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업계 디지털 뱅크를 선도하고, 이제는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김 대표를 만나 경영철학과 웰컴저축은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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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웰컴저축은행을 이끌면서 소회도 남다를 것 같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정확히 3년 5개월이 지났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임할 무렵 대출자산이 1조5000억원 정도였는데, 현재 3조원을 상회한다. 대출자산도 초기에는 개인신용대출 위주였다면 지금은 기업금융대출(부동산 담보 등)이 1조원을 넘는다. 자산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도 다르지 않다. 웰컴저축은행은 2018년 업계 첫 풀뱅킹 플랫폼인 웰뱅을 선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리뉴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현재는 웰뱅으로 유입되는 고객이 전체 고객 중 90%를 넘는다.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의 주력 채널이 됐다는 의미로 직결된다.

우리가 웰뱅을 선보일 때만 해도 '저축은행이 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저축은행도 모바일 플랫폼을 론칭하면서 변화를 함께 이끌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특히 업계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왜 그런가.

▲저축은행 업계에 와서 힘든 것 중 하나가 고객을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광고를 하지 않아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온다. 반면 저축은행은 비용과 노력, 시간이라는 자원을 들여서라도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이미지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웰컴저축은행은 단순히 고객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름에 고객이 신뢰를 하고 스스로 찾아와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나름의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우선 대담한 발상을 추구한다. 저축은행이란 한계를 생각하지 않으며, 이 틀에 갇혀 있지도 않으려고 한다. 우리 경쟁자를 저축은행에서 찾지 않고 업권을 넘어 다른 산업군에서 찾으며 비교한다. 빠른 속도도 우리 강점이다. 발상을 하면 그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속도가 여타 회사들보다 빠르다. 빠르게 실행하고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경험이 되고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도전정신이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장려한다. 모든 도전이 성공할 수 없으나,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많이 경험해야 성공작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웰컴저축은행 특유의 조직문화가 업계 디지털 선두 회사로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받게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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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대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올해 가계대출이 1600조원을 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금융사 부실이 악화할 우려도 크다. 웰컴저축은행도 자유롭지 않을 텐데.

▲웰컴저축은행의 현재 지표를 보면 작년 말보다 자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 자산의 볼륨은 유지하면서도 건전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자산을 확대하는 정책을 피해야 한다. 건전한 자산이 꾸준히 유입되고 부실 우려가 큰 자산을 제외하면 전체 자산 건전성이 높아진다. 간단한 이치다.

올해 우리는 자산의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으로 단단하게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부실이 될만한 요소는 제거하고, 건전하고 우량한 자산을 축적해 전체 자산을 안전하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스트라이크존을 줄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지원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시국을 볼 때 코로나19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금융사 수장으로서 경제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금융회사 입장에선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브이(V)자 반등이나 유(U)자형 회복이 당연히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보수적으로 전망할 수 밖에 없다.

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다만 글로벌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력 감소 등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작년 말 경기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충격이 겹쳤다. 좋지 않은 시그널인 것은 분명하다.

회사도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특히 금융회사는 현 상황을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이 어려움을 충격 없이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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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대 화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웰컴저축은행도 관심이 있는가.

▲우리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져올 변화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 서브프라임 고객이나,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언더뱅크드(Under-Banked)일수록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인한 효익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서브프라임 고객과 언더뱅크드의 공공정보, 보험이력, 카드정보, 통신정보, 유통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재평가하면 이분들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데이터는 서민들에게 포지티브한 보완형 신용평가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분들에게는 금융을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에 금융을 이용하는 분들도 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서브프라임 고객과 언더뱅크드를 잘 이해하는 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서민금융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민금융 확대를 위해서 저축은행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웰컴저축은행은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웰컴저축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련된 직·간접적인 경험을 쌓아왔다. 이미 스크래핑 방식 기반으로 개인신용정보통합조회 서비스를 2018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마이데이터 실증사업도 수행했다.

데이터 관련 인력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IT인프라 역시 시중은행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업계 최초로 ISMS 인증을 획득해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역량을 갖추고 있다. 2018년에는 웰뱅을 출시해 저축은행의 디지털전환을 이끌어 가고 있다. 디지털 기반 각종 서비스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 내 최고 수준으로 서브프라임 고객의 신용정보분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신용평가변수를 추출하거나, 신용평가시 비금융정보(대안정보)에서 포지티브한 변수를 추출해 기존 신용평가에 보완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 틀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대안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서브프라임이나 언더뱅크드로 불리는 계층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할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서민금융 영역에서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웰컴저축은행이 포함된다면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서민금융 분야에 더 많은 기여가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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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대표는...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1965년생으로 광주 출신이다. 전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한일리스를 시작으로 금융업계에 줄곧 몸담고 있다. KD파트너스, 골든브릿지 등을 거쳐 현재는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금융과 투자업무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로 평가된다.

2013년 웰컴금융그룹의 미래전략본부장(상무이사)으로 합류해 대부업계 최초로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예보산하 예신저축은행, 해솔저축은행을 차례로 인수합병하고 충청남도 소재의 서일저축은행까지 합병해 현재의 웰컴저축은행 모습을 만들었다. 2014년 웰컴저축은행의 출범과 함께 총괄임원(전무이사)으로 재임하며 4년간 웰컴저축은행이 서민금융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8년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업계 최초의 디지털 금융플랫폼인 '웰컴디지털뱅크'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기반으로 조직과 영업을 재정비했다. 올해 4월에는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3년간 웰컴저축은행을 이끌게 됐다.




정리=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