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배달대행 스타트업과 손잡고 신사업 발굴을 가속화한다. 도심 물류에 특화된 배달 플랫폼 업체와 협업을 통해 기존 백화점이 하지 못했던 라스트마일(Last-Mile) 영역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은 22일 오픈한 현대식품관 투홈의 '바로투홈' 서비스를 위해 근거리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와 배달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바로투홈은 백화점 전문식당가와 식음료(F&B)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는 유통업계 최초 시도로 현대백화점은 바로투홈을 이번에 론칭한 현대식품관 투홈의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현대백화점은 이륜차 기반의 배송 인프라를 갖춘 바로고와 협업을 통해 백화점 음식을 1시간 내에 고객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라스트마일에 최적화된 정보기술(IT) 물류 스타트업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형 온라인몰의 단점을 보완하고 운영 효율화도 꾀할 수 있었다.
바로투홈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우선 도입한다. 현대백화점은 바로고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하기 용이하도록 이륜차 주차가 가능한 구역에 픽업 거점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근 3km 지역이면 음식도 1시간 내에 원활하게 배달할 수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29일 홍콩 물류 스타트업 '고고엑스(舊 고고밴)'와 손잡고 백화점몰 상품을 3시간 내 배달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에 있는 9만개 상품을 롯데온을 통해 주문하면 고고엑스 라이더를 통해 퀵으로 받을 수 있다.
회사나 집 앞에서도 직접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처럼 쇼핑백에 담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바로배송은 한 달도 안돼 500건의 발송이 이뤄졌다. 하루 20~30건 꼴이다. 서비스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기존 퀵서비스의 경우 지난 한 해 이용건수가 3000건에 그쳤다.
남경현 고고엑스 대표는 “백화점 패션 잡화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등 배송 품목도 다양해졌다”면서 “서울 전역이 서비스 권역인 만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는 백화점몰 상품도 롯데리아 배달 시스템을 활용해 1시간 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구축을 위해 이달 초부터 테스트에 돌입했다. 이 역시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플리즈'가 한 시간 배송을 담당한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근거리 배송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는 배송 속도가 구매의 핵심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단시간·근거리' 배송으로 요약되는 즉시배송 시장이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사업에 치우쳤던 백화점들도 라스트마일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라스트마일은 유통업에서 마지막 배송거점으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종 배송 단계를 의미한다. 고객과의 최접점이라는 점에서 빠른 배송은 라스트마일 경쟁력의 기본이다.
직매입 비중이 높아 매장마다 별도의 적재 창고가 구비된 대형마트와 달리, 특약·위탁매입 중심의 백화점은 대규모 창고를 구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점포를 거점으로 한 배송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경영 환경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백화점도 고객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 나설 필요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생필품을 넘어 즉석식품까지 배송 범위가 확장되면서 도심 물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유통 대기업과 배달대행 스타트업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