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자상한 기업, 디테일로 '상생' 새 지평 열었다…코로나 위기 속 진가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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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들간 상생협력을 지원해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이 민관협력의 새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출범 1년을 넘기면서 산업별 실정에 맞는 협력으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 보여주기식 행사나 일회성 지원 등이 위주였던 상생협력에서 벗어나 노하우·경험 등 비자본 투자까지 겸해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디테일'을 살렸다는 평가다.

◇상생 협력 '다양화'…자본 투자 보다 '노하우·경험' 전수

중기부는 16일 자상한기업 1호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홍대점에서 '상생과 공존'을 위한 첫 걸음으로 시작한 '자상한기업' 프로젝트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지며 성과를 공유했다.

중기부는 지난해 네이버를 시작으로 지난 1년여간 14개 곳을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했다. 매달 평균 한 곳 이상의 자상한 기업이 탄생한 셈이다. 자상한 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간 연결다리는 관련분야 협회와 단체를 매칭했다.

자상한 기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 △신산업 벤처투자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발적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에 특화된 창업 성장 교육 센터 '파트너스퀘어'를 전국 6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했고 237개 시장의 1367개 상점에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비대면 경제활동이 급속히 확장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적 한계와 온라인 창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고도화 상담·지원을 위한 전담조직 '스마트365센터'를 올해 1월 신설했다. 최근까지 117개의 중소기업이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항공부품 중소기업 스마트 공동사업화 3개를 완료했고, 항공부품 협력사 계약단가를 평균 3.3%로 일괄 인상했다. 이는 약 1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스코는 벤처·창업기업 투자를 위해 2조원 규모 목표로 펀드 조성에 나섰다. 중기부도 힘을 보탠다. 중기부는 15년간 축적해온 모태펀드 운용 경험을 활용해 펀드 출자와 운용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7개 벤처기업에 대해 180여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 외에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자상한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단은 '자상한 어린이집' 3개소를 2022년까지 주요 철도역사 부지에 신설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도 영도를 넓혔다. 글로벌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은 12호 자상한 기업이 되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 스타트업·벤처기업의 기술 지원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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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서울 팁스타운에서 열린 SKC 자상한기업(14호) 업무협약식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빛났다

자상한 기업은 올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기존 상생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와는 별개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들에 추가 지원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자상한 기업이 또 다른 자발적 상생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들 자상한 기업은 각자가 보유한 인프라는 물론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적극 지원했다. 특히 마스크 생산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진산업 등 국내마스크 제조업체에 전문가를 파견, 일일 마스크 생산량을 92만개→139만개로 획기적으로 높였다. 삼성전자 전문가는 현장 평균 경력이 25년에 이르는 생산설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생산공정 개선, 효율화, 기술지도 등을 통해 업체들이 추가 투자 없이도 생산량을 50%이상 단기에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로부터 도움을 받은 화진산업은 공영홈쇼핑에 노마진 마스크 100만장을 공급하면서 나눔을 이어갔다.

금융업체들도 적극 나섰다. 신한금융그룹은 소유 건물에 입점한 소상공인·중소사업자 임차료를 30% 감면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 피해 여성기업 지원을 위한 특화금융상품 규모를 확대하고, 하나은행은 대구·경북지역 인터넷·모바일뱅킹, ATM 등 비대면 채널 수수료 전액을 면제했다.

이 외에 현대·기아차는 경북소재 연수원 두 곳을 자가 격리 중인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주목받았다.

박영선 장관은 “비대면·온라인 시대에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상한기업'을 비롯한 민간의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후보군 줄이은 자상한기업…정책 지속여부 촉각

중기부는 올 하반기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자상한기업' 참여를 논의하고 있다. 신세계, 한샘 등이 다음 자상한기업 후보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까지 총 20여곳 이상의 자상한기업으로 발굴하고자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계의 연결자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자상한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보완해 기업 참여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포상 시 자상한 기업을 우대하고, 동반성장평가에 내년부터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자상한 기업이 숙박시설 등 현물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도 개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중기부의 노력에도 업계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자상한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주는 것은 분명 반갑지만, 그만큼 정부의 다양한 기준에 맞춰 후속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책 지속성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한다.

자상한기업은 '박영선표' 대표 정책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박영선 장관의 네트워크 등 개인전을 통해 단기간에 자상한기업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향후 장관 교체나 정권이 바뀔 경우 이같은 정책들이 자칫 동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박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설까지 나오면서 자상한기업 등 주요 중기부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며 “지금의 상생 협력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1>자상한 기업 현황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슈분석]자상한 기업, 디테일로 '상생' 새 지평 열었다…코로나 위기 속 진가 발휘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