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판 뉴딜, 속도만큼 중요한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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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고 19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민보고대회 직후 이어진 디지털 뉴딜 민관합동 연석회의에서 “국민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라면서 “특히 문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최 장관은 연석회의에 집결한 디지털 뉴딜 관련 기관장, 협회장, 단체장에게 여러 차례 속도를 강조했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집행 속도에 신경을 써 달라”는 식이었다. 민간에서 제시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즉시 반영하고 추진,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하도록 “조기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최 장관이 직접 속도를 강조하자 유관기관장은 성과 창출 속도에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판 뉴딜 성공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지금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또다시 보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동안 보안은 직접 성과로 인식되지 않았다. 투자·예산 순위에서 밀렸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방자치단체 몇 곳이 긴급재난지원금 예산 확보를 위해 기존의 보안 예산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에 보안 솔루션을 공급해 온 한 기업 대표는 “공급을 중단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면서 “보안 예산부터 줄이는 상황에서 비대면 시대 국가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K-사이버방역체계'도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가 '빠른 성과 내기'에 집중하는 사이 다른 나라에선 보안이 위기 극복을 위한 본질 요소로 떠올랐다. 브라이언 웨어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사이버·인프라안보국(CISA) 부국장은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보안에 달렸다”며 보안 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SAS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회복에 가장 중요한 기술로 '사이버 보안'을 꼽은 기업이 44.3%로 가장 많았다.

보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을 흔히 '모래성'에 비유한다. 적절한 보안 조치 없이는 어떤 사업이든 파도 한 번에 쓸려 나가는 모래성과 같다. 한국판 뉴딜 성공, 디지털 뉴딜 성공을 기원하는 만큼 정부가 보안에도 신경을 써 주길 고대한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 '보안은 나중에'라는 그릇된 인식을 버리고 성과 창출 속도만큼 보안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의 근간을 이루는 보안을 위해 정부 투자도 늘려야 한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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