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 중국 China Science(中科) 특허법인 변리사
최근 중국 상표법이 개정되었다. 2019년11월1일 시행된 제4차 상표법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출원은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중국 상표브로커들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던 우리 기업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출원인의 악의적 출원뿐만 아니라 상표대리사무소도 이를 알고 수임할 수 없도록 하였고, 상표대리사무소가 법률서비스업 이외의 타 상품류에 상표등록을 하였을 경우 이를 이의신청 및 무효사유로 추가하였다. 우리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이 그만큼 다양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상표브로커가 예년에 비해 그 수단이나 방법들이 날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그 대응도 간단치가 않다. 아래에서는 상표브로커 선점 상표를 대상으로 한 이의신청, 무효심판 및 불사용취소신청에 있어 어떤 전략으로 공격해야 효율적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상표브로커의 악의성 입증에 주력하자
2018~2019년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주관한 상표브로커 대규모 공동대응 용역사업에서 필자가 속한 특허사무소가 한국의 특허사무소와 공동으로 53개 우리 기업의 중국 상표브로커를 대상으로 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기업이 53건 모두 100% 승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중에서 중국의 완구업자인 상표브로커 라예귀를 대상으로 한 이의신청 6건 및 무효심판 14건의 경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중국 상표브로커는 이미 상표를 우리 기업보다 먼저 출원, 등록해서 중국에서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던 반면에, 우리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 출원을 하지 않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우리나라에 상표출원조차 하지 않은 기업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특허사무소에서 중국바이두 등을 통해 상표브로커의 과거 행태를 조사한 결과, 완구제작 업체인 상표브로커가 과거에도 중국내에서 정품완구공장과 대리상을 대상으로 악의적으로 고소하였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사실, 중국 완구공장들이 중국 정부에 라예귀와 같은 해적판 업체에 대한 공동 단속을 호소한 사실 등을 찾아내었고, 이를 증거자료로 제출하여 상대방의 악의성을 적극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나갔다. 결과는 이의신청 및 무효심판 20건 모두 우리 기업이 승리하였다.
최근 제정된 규정에 의하면, 상표법 제4조(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출원은 등록을 금한다)의 적용여부에 있어서 “과거에 악의적 선점행위 유무, 타인의 상표권 침해행위 존재 여부”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 단계에서, 우리 기업이 상표브로커의 과거 행태를 파헤쳐서 과거에 악의적으로 타인의 상표를 선점했거나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했던 사실을 찾아내어 상표브로커의 악의성을 입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한 상표’ 임을 집중 공략하자
상표법 제44조 제1항은 “등록된 상표가 기만 수단 또는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받은 경우, 무효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타 부정당한 수단’이란 분쟁상표 등록인이 기만적 수단 이외에 상표 등록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공중의 이익에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하게 공공자원을 점용하거나 또는 기타 방식을 써서 부정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등록한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표를 대량으로 사재기 하는 행위, 등록 후 실제 사용도 하지 않고 사용 준비도 하지 않으며, 부정당한 이익을 편취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상표를 판매하려거나, 타인에게 거액의 양도비용, 허가사용료, 침해배상금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 등은 진실한 사용의도가 분명히 결여된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된 경우에 해당된다.
기타 부정당한 수단을 이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으므로 무효심판 시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용역사업에서 47건의 무효심판에 대해 중국 상표평심위원회의 심결문을 분석한 결과, 무효의 근거 조항이 바로 상표법 제44조 제1항이었다. 그 외에도 상표법 여러 규정을 무효사유로 주장하였으나 상표평심위원회는 오로지 상표법 제44조 제1항만을 적용하여 무효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표법 제44조 제1항이 법규상 무효의 사유로만 되어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것이 좋다. 실제 앞서의 라예귀 이의신청건에서 상표국의 이의결정문을 보면, ‘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하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정신에 따라‘ 라는 표현이 적시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이 규정 위반을 적극 주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공동대응 방식도 적극 활용해 보자
최근의 중국 상표브로커는 하나의 상표브로커가 한 두 개가 아닌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상표를 선점하는 형태로 바뀌어져 가고 있다. 이는 곧 하나의 상표브로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 수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상표브로커에 여러 기업이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피해를 당한 기업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적극 고려해볼만 하다.
위 사례 53개 상표브로커 용역사업의 경우에도 하나의 상표브로커와 관련된 여러 기업이 연합성명서에 공동으로 서명하고 이 연합성명서를 상표평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 상표무효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대응하게 되면 한 개 기업의 증거자료만으로는 상표브로커의 악의성 입증이나 신의성실원칙 위반 등을 주장하기에 부족할 수 있으나, 여러 기업이 각자의 증거자료를 취합하게 되면 악의성 입증 등이 더욱 용이할 수 있다. 소수의 기업이 아니라 다수의 기업이 피해를 당했음을 입증하게 되면 상표브로커의 악의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공정한 시장경쟁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임을 주장하기에 훨씬 강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대응을 하게 되면 공통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도 절감되며, 기업 간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기업의 지재권 분쟁대응 역량을 높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등록상표의 취소를 청구하자!
상표브로커의 경우 사용을 목적으로 상표등록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실제 그 상표를 등록만 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약 상표브로커가 상표등록일 이후 불사용 취소 신청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간 상표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면, 상표국에 불사용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최근에 등록되어 선점된 상표에는 적용될 수 없지만 장기간 상표브로커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상표라면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불사용취소 신청을 하게 될 경우, 상표국은 상표권자에게 등록상표의 사용사실 및 정당한 이유 등을 제출하도록 명하고 상표권자가 제출하지 못하거나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그 등록상표를 취소한다.
다만 유의할 것은 제3자의 출원으로 인해 거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사용 취소신청과 동시에 자신의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상표브로커의 상표가 취소된 후에 바로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상표출원이 거절된 경우라도 재출원하는 것이 좋다.
최근 중국 상표브로커는 예전에 비해 더욱 은밀하고 대범해 지고 있으며, 타인의 상표를 대량으로 사재기 한 후 침해소송, 손해배상 위협, 악의적 고소 등 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법개정 및 사법해석 등을 통해 상표브로커에 대해 엄격한 단속과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 상표브로커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우리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상표브로커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미리미리 상표를 출원해 두는 것이다. 중국 진출 전에 상표를 먼저 출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네이밍 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네이밍을 해야하며, 관련되는 유사한 상품에도 상표를 출원해 놓는 것이 상표브로커를 예방하는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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