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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도로공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경부고속도로 50년 사회 변화

대한민국의 근대화·산업화를 이끌었던 고속도로가 7일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지난 50년 동안 전국 곳곳을 연결하며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수도권과 공업·수출지역을 연결해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경공업·농업 중심에서 중화학 공업과 수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기반이 됐다.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으면서 현대화·도시화를 촉진하기도 했다.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고속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혁신을 이끄는 견인차다. 자율주행자동차·3차원정밀지도·교통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을 가져오는 4차 산업혁명은 도로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산업화 기반이 됐던 도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을 맞아 '기적의 50년, 희망의 100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겠다는 다짐과 희망을 담았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지난 50년은 빠른 도로를 만들기 위해 질주했다면, 앞으로 100년은 바른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도로에 접목해 고속으로 달리는 전기차가 자동 충전되는 에너지 친화형 도로 건설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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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원동력

1970년 7월 7일, 대전~대구 구간을 마지막으로 경부고속도로 428km 전 구간이 개통됐다. 1967년 4월 29일 서울~부산 고속도로 건설구상이 발표되고 약 3년 2개월 만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었다.

효과는 막강했다. 기차로 12시간, 기존 도로로는 15시간이 걸리던 서울~부산까지의 이동 시간을 4시간 30분대로 단축시켰다. 철도 위주였던 수송 구조는 도로 위주로 바뀌었다. 신속·대량화로 물류수송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유통 부문 대변혁이었다. 해상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던 부산항의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했다. 이는 곧 산업 및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경부고속도로를 주축으로 산업단지들이 생겨났다.

경부축을 따라 자동차, 제철, 정유 등 산업단지들이 크게 증가하며 생산 활동 인구가 대도시로 유입되고 도시는 더욱 성장했다. 서울-부산간 고속버스 노선이 개통되고 경부고속도로와 주요 국도·지방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전국은 일일생활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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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망이 전국에 구축되면서 경제 성장은 가속화됐다. 우리나라 경제는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고속도로망이 전국에 구축되며 크게 성장했다. 1970년 90억달러였던 GDP(국내총생산)는 1975년 217억달러로 증가했고, 2018년에는 1조6000억달러가 됐다. 자동차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1970년 13만대가 채 되지 않던 자동차 대수는 2018년 2320만대를 넘어 현재 2400만대 돌파를 앞뒀다.

단기간에 고속도로를 완공하면서 난공사 구간에서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마지막 준공구간인 당재터널(현 옥천터널) 구간을 포함해 경부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77명 희생자가 발생했다. 순직자들의 영혼을 추모하고 업적을 빛내기 위해 금강휴게소 인근에 순직자 위령탑을 세우고 매년 도로의 날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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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공사 현장 사진=한국도로공사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키운 씨앗이 되기도 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하며 축적한 토목기술은 이후 중동 등 해외진출 시 귀중한 자산이 됐다. 외화획득을 통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커넥티비티'로 패러다임 전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도로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도로가 물리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도로 자체가 디지털 망으로 발전한다. 사람이 업무·회의·여행을 위해 이동하기 위해 지나치는 곳이 도로였으나 이제는 도로 자체가 서비스 공간이 된다. 도로 위에서 원격회의를 하고 영화를 보는 등 여가생활을 즐기는 시대가 온다. 국토부는 로드 네트워크가 디지털 커넥티비티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열리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실현될 것 같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도로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가장 기본적으로 도로를 데이터 도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 차와 사람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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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 겸 제29회 도로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50주년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지능형교통정보체계를 전국 주요도로로 확대한다. 현재 고속도로에는 100% 구축됐다. 2024년까지 국도와 4차로 이상 지방도까지 설치한다.

자율주행과 안전운전을 위한 차세대 지능형교통정보체계(C-ITS)도 본격적으로 확산한다. 그동안 세종-대전 구간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서울·제주·울산·광주로 지역을 늘려가는 중이다. 2025년까지는 전국 고속도로에 C-ITS를 구축한다. 2027년에는 전국 주요도로에 C-ITS가 깔린다.

도로는 자율주행 인프라 역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을 추진할 주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3차 추경에도 도로 스마트화 사업에 505억원이 반영됐다. 디지털 뉴딜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SOC 첨단화를 한 축으로 한다. 노후 SOC 개선에도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 3차 추경에 도로 교량·터널 유지보수, 위험도로·병목지점 개선 등에 725억원이 배정됐다. 향후 이 같은 노후 SOC 유지보수 사업은 4차산업혁명 기술로 대체될 전망이다.


주현종 국토부 도로국장은 “도로와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도로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