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에 통신시설 포함
아파트 주민 '3분의 2 동의' 필수
기지국·중계기 설치 지연 우려
부처 간 협의 통해 대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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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에 이동통신 중계장치(기지국·중계기)를 설치할 때 입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5세대(5G)를 비롯해 이통 기지국·중계기 설치 지연으로 이용자의 불편과 안전 위협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핵심 과제인 5G 인프라 조기 구축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주택법 시행령 '공동주택 부대시설'에 이통 기지국과 중계기 등 통신시설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국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거주자 편익을 위해 주택단지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을 부대시설 정의에 포함시켰다. 이후 기지국 무선장치(RU)와 이통 중계기가 포함된 '통신중계장치'가 모법인 주택법을 넘어 '공동주택관리법'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주택법이 규정한 공동주택 부대시설 증설 또는 철거를 위해서는 공동주택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위 허가가 필요하다.

중계장치가 아파트 동 단위 입주민 3분의 2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구축이 가능한 설비가 된 것이다.

이통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는 이통사 입장에서 '초강력 규제'다. 이전에는 이통사와 주민대표 간 협상으로 중계장치를 설치했다.

입주민 동의와 지자체장 허가로 중계장치 설치 기간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경기도 시흥시와 안산시 등 10여개 단지 이통사 5G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입주민이 동의받지 않은 중계기 철거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발생했다.

이통사는 5G 등 인프라 구축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아파트 인빌딩(구내) 통신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옥상에 중계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입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기까지 아파트를 음영 지역으로 방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주민 불편 차원을 넘어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119 신고 등 위급 상황은 물론 코로나19 관련 재난안전문자 수신도 어렵게 된다.

산업적으로도 코로나19 이후 국가 혁신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5G 인프라 확산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디지털뉴딜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토부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환경과 안전을 위해 중계장치를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차원이며, 통신인프라 안정 구축을 위해 법령에 관련 규정을 포함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설한 주택법 시행령 이외에도 이미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도 입주민 동의 조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법령 해석 여지를 열어 놓고 과기정통부와 협의해서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통신 전문가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5G 인프라 투자를 위해 있던 규제도 완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강력한 규제가 도입됐다”면서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등 정부 차원의 조정을 통해 법령 재개정 등 5G 중계기·기지국 구축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