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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같은 달 4일에는 △불산가스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를 개별 수출 허가 품목으로 전환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가하는 동시에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은 8월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제외했다. 한 해 앞서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데 대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했다.

당시 경산성은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 토대에 구축돼야 하지만 한일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면서 “한국 관련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사례가 있어 엄격한 수출관리제도를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강력한 항의와 즉각 철회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국내 산업 안정화를 위한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8월 4일 일본 수출규제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우리나라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하며 대 일본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2019년 9월 일본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우리나라만 특정한 구출규제는 교역을 정치적 동기로 악용하는 행위로서 WTO 근본 원칙인 차별금지 의무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2개월 후 양국 국장급 정책 대화가 재개되면서 WTO 제소를 잠정 중단했다. 청와대는 일본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하며 GSOMIA 조건부 연장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은 3대 규제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정부는 올해 4월 1일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을 전격 시행했다. 20년 만에 전면 개정된 특별법은 소부장 산업 모든 주기를 지원한다. 일본 수출규제 등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소부장 산업 안정화와 핵심 기업군 육성을 위한 방향을 담았다.

지난달에는 일본을 상대로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동안 과감하고 신속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일본 정부가 내세운 △한·일 정책 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수출 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3개 사유를 모두 해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5월 내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침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출 규제 철회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일본을 상대로 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를 선언했다. 지난 18일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에 각각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 통상 패널 판단에 1∼2년, 최종심까지 2∼3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