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는 지출한도다.
기획재정부는 예년과 달리 부처 요구 사업을 상당수 반영, 지출한도를 설정했다. 이는 기존 예산 편성 방식과 확연하게 다르다.
전년도 R&D 예산과 유사 규모로 지출한도를 설정한 뒤 점차 늘리는 기존 방식을 탈피한 것이다. 2018년과 지난해 차년 R&D 예산 수립 당시 지출한도는 전년 대비 각각 4000억원, 7500억원 감액됐다. 이전엔 동결되거나 증가 폭이 1% 이상을 넘지 않았다.
기재부가 5월 각 부처에 전달한 내년 주요 R&D 사업 예산 지출한도는 21조원을 넘었다. 올해 주요 R&D 사업 본예산 19조7000억원 대비 8.6%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기재부가 제시한 중기재정계획상 R&D 예산 목표치와 거의 부합하는 수치다.
지출한도가 실제 예산 한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의미다.
이는 곧 과기자문회의 심의 기능 강화를 의미한다. R&D 예산은 기재부의 지출 한도 설정으로 시작해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의 배분·조정을 거친 뒤 6월 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과거 과기자문회의 의결 이후 정부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는 8월까지 기재부가 R&D 예산을 추가 증액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과기자문회의 심의회 권한 약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2018년 과기자문회의 의결 이후 신규 R&D 사업이 대거 반영되면서 예산이 2000억원가량 늘었다. 당시 국회에선 과학기술기본법에서 과기혁신본부 조정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규 R&D 사업 예산이 과기자문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부실 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지출한도가 현실화되면 과기혁신본부와 과기자문회의가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 의결한 이후 R&D 예산이 조정될 수 있는 폭도 극히 제한된다.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 관계자는 “부처가 요구한 다양한 사업이 최대한 반영되고 부처 책임 또한 강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수립하고 있다”며 “내년 R&D 예산은 의결된 이후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