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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6조원을 상회한다. 올해 R&D 예산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증액이 이뤄졌다. 그동안 투자 후순위로 밀렸던 R&D 부문에도 확대 재정 기조가 확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예산 편성 방식 변화도 감지된다. 부처 요구 R&D 사업 예산이 상당부분 지출한도에 반영되면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과학기술혁신본부의 심의 기능이 강화됐다. R&D 투자 효율성 확보와 성과 창출은 더욱 중요해졌다. R&D 특성에 맞는 성과 관리 체계를 마련,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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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6일 2021년도 주요 연구개발 예산 배분조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감, R&D 투자 확대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의결한 2021년 주요 R&D 예산은 올해 19조7000억원 대비 9.7% 증가한 21조6492억원이다. 주요 R&D 사업 예산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주요 R&D 예산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R&D 예산은 매년 3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증액되다가 이번엔 2조원가량 증액됐다.

일반 R&D 사업 예산이 올해와 같은 4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된다해도 전체 R&D 예산 규모는 최소 26조원을 넘는다. 올해 R&D 예산 24조2000억원 대비 최소 7.4% 이상 늘어난다.

국가 R&D 예산은 2019년 20조원을 갓 넘은 뒤 2년간 30%가량 늘어났다. 2년 연속 대규모 증액이 이뤄지면서 R&D 투자 확대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올해 R&D 예산은 전년 대비 17%가량 증액됐다. 일본 수출 규제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이에 당초, 내년 R&D 예산은 대규모 증액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재정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R&D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R&D 예산이 10% 가까이 늘어난 것은 대외 환경에서 비롯된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제고가 시급 과제로 부상했다면 올해는 코로나19가 중대 변수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비대면 등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 경쟁력을 확충에 중점을 두고 대규모를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R&D를 통한 혁신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2019~2023년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에 따르면 국가 R&D 예산은 2023년 30조9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연평균 증가율은 10.8%로 12개 재정 투입 분야 가운데 산업·중소기업·에너지(12.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올해, 내년 R&D 예산 규모를 감안하면 투자가 계획대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R&D 투자 기조와 대비된다. 지난 10년간 R&D 예산 증가율은 2000년 들어 10%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 13.7%를 기록한 이후 이듬해부터 10%선이 무너졌다. 2015년까지 매년 5~8%대를 유지하다가 2016년 '재정 지출 효율화' 기조와 더불어 3년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재정 투입 12개 분야 가운데 우순순위가 가장 떨어졌다.

◇디지털 뉴딜, 감염병 대응에 방점

내년 R&D 예산은 △디지털 뉴딜 △감염병 대응 △'3대 중점 사업'에 집중 투입된다.

'한국판 뉴딜 투자'에 전년대비 45.6%가 증가한 2조4600억원을 투자한다. 산업 전 분야에서 데이터·인공지능(AI)·5G+융합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국가 AI 전략 이행 차원에서 데이터 신뢰성 향상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현존 AI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포스트 딥러닝 기술 등 차세대 ICT 기술 확보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물류, 초실감 스포츠 관람, 디지털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비대면 수요를 서비스로 실현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은 2조4107억원으로 올해 대비 7.6%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의 R&D 부담 완화, 역량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추가 조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재·부품·장비 투자도 늘렸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함은 물론 미래 유망 원천기술 개발 등에 올해 대비 22.3% 늘어난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감염병 대응 R&D 예산은 올해 1738억원에서 3776억원으로 갑절 이상 늘어난다. 증가율은 117.2%에 이른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필요한 후보물질 최적화 및 임상지원엔 1114억원을 신규투자한다. 의료현장 등 방역현장 수요를 반영해 방역물품과 기기의 국산화와 핵심기술 고도화 등에 투자를 확대했다. 코로나19 이외의 차기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핵심 플랫폼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백신 자급화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감염병 예측·역학모델 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3대 중점산업 분야엔 4400억원이 늘어난 2조1500억원을 투자한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신약, 의료기기 등 기술개발, 임상·인허가, 사업화를 전주기로 지원한다.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의료·건강 데이터 수집·활용 및 인공지능 융합 서비스 지원도 강화한다.

미래차 분야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Lv4) 조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실증, 제도개선 등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시스템반도체 투자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투자 금액만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R&D 투자 시스템을 고도화,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R&D 성과 공동 활용과 신속한 연계를 위해 협업사업을 통합 심의하고, 역할분담과 추진체계가 정립된 협업사업 투자를 확대한다. 협업사업 예산은 올해 대비 48.8% 늘어난 1조2482억원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한 연구개발 소요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총 5개 부처, 27개 사업을 대상으로 일몰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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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과학기술도 국가 위기에 최대한 대응하면서 지속적 혁신을 통해 국가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