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단체, 성형·미용 플랫폼 경계령...新-舊산업, 또 충돌

시장 영향력 커지면서 갈등 번져
“불법 환자유인” 회원 의사에 공문
스타트업 "사전검수 마친 합법"
영업방해 행위 소지...대응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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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c)

'강남언니' '바비톡' 등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통 의료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미용·성형 스타트업은 모바일로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예약과 상담을 하며 후기까지 관리한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는 등 신흥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플랫폼이 운영하는 광고 상품 등이 의료법에서 금지되는 환자 유인 행위 등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의료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플랫폼업계는 모든 상품이 의료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사전 검수를 마친 합법 광고만 노출하고 있어 문제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타다·배달의민족 등 차량공유서비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원격의료가 겪은 아이디어형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충돌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한성형의과의사회, 지역 의사회 등이 각 회원 의사들에게 성형정보 플랫폼 이용을 경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의료 브로커들이 성형 정보 앱에서 활동하고 있고, 성형 정보 앱을 이용하는 병원 역시 불법 의료 행위 교사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공문의 골자다.

미용·성형 스타트업은 이 같은 활동이 영업 방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공문을 받은 가입 병원들이 플랫폼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문 발송 주기가 상당히 짧아지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성형 정보 앱은 시장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소비자 주축인 1020세대는 모바일을 통한 정보 탐색에 능숙한 데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마케팅 효과도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발품을 팔거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얻던 방식에 염증을 느낀 이유도 있다. 성형 앱은 이용자가 원하는 성형 부위에 대해 상담을 신청하면 각 성형외과에서 견적을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힐링페이퍼가 운영하는 '강남언니'의 경우 올해 4월 기준 전국 1700여개 병원, 2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18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케어랩스가 운영하는 '바비톡'의 경우에도 870개 이상의 병원을 확보했다. 이달 기준 가입자가 360만명을 넘어섰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46%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의사단체는 성형 플랫폼 내 광고가 의료광고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은 주로 건당과금(CPA) 방식으로, 이용자가 병원에 상담 신청을 요구할 경우 병원 측에서 건당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의료서비스와 연결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환자 유인 행위라는 논란이 일었다.

의사 사이에서도 성형미용 정보 앱에 대한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신산업 부상을 껄끄러워하는 쪽은 주로 대형병원이다. 기존 옥외광고 및 포털사이트 광고는 자금력에 따라 환자 유치가 유리했다. 반면 성형미용 정보 앱에는 이용자 후기가 좋은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 병원 규모가 커도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면 홍보 효과를 보기 어려운 구조다.

힐링페이퍼 관계자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정보의 투명화와 정량화된 병원 평가는 필수”라면서 “의료 시장 내 불법 현상이 없어지고, 고객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선택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의료 소비 구조가 혁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충돌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짙다.

이보다 앞서 새로운 차량서비스 타다는 기존 택시와의 충돌 후 결국 좌초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도 중소 음식점의 수수료를 갉아먹는다는 비난에 봉착하기도 했다. 원격의료, 차량공유서비스 등도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앞으로도 새 서비스와 전통사업자 간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

스타트업업계에서는 불법과 합법에 대한 적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서비스 기반 신산업은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며 시장을 키워 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국회가 사업 초기부터 사업 기준과 규제 여부 등을 미리 제시, 혼선을 줄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산업 초기부터 기준이 있어야 산업 성장 및 투자 유치가 활성화될 수 있다. 타다 사례처럼 사업 중간 단계에서 불법으로 지정될 경우 사업 주체는 물론 고용된 인력·투자자까지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스타트업업계에선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이 있어야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에선 허용된 새로운 서비스가 국내에서 제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와 마차가 충돌하던 영국에서 마부를 보호하려다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독일에 넘겨준 전례가 있다”면서 “신사업 기회는 넓혀 주면서 신산업과의 충돌로 피해를 보는 계층은 별도 장치로 보호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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