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이며, 국가 수출의 20% 이상을 점하고 있는 국가 주력산업이다. 특히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시장과 첨단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중소 기업을 막론하고 반도체 핵심 연구 인력 부족으로 연구개발(R&D)이 벽에 부닥치고 있고, 이에 따라 필수 핵심 기술이 미진해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미래 기술 패권을 위한 대립 양상은 첨예화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을 집중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최고 기업인 대만의 TSMC에 미국에다 공장을 설립하도록 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위탁 생산을 축소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조차도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도 반도체 소재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글로벌 소재 수급 생태계를 훼손함에 따라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미국 견제에 맞서서 중국도 반도체 자립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장기 안목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국가개발위원회, 공업정보화부 등과 함께 베이징대·칭화대·푸단대·샤먼대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 반도체산업·교육 통합 혁신 플랫폼'을 추진한다. 3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인재는 최대 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산업을 창출했고 70년 이상 세계 최고 기술력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민·관 협력으로 전문 인력 양성을 지속 추진했고, 지금까지 1만5000명 이상의 학생연구원들을 양성했으며, 700건 이상의 원천 기술 특허를 확보해 왔다.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양적 증가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라 공정과 장비는 더욱 민감해진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기술 문제에 대응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부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접하고 해결하는 역량이 성숙하도록 해야 한다.
2010년대 초 대만은 행정원 산하 국가과학위원회의 주도로 TSMC와 함께 '산학대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현재 TSMC가 파운드리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는 데 밑거름이 됐다. 또 미국은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반도체연구협회(SRC)를 통해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 수행하고 있고, 여전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최고 강자 유지에 문제가 없다.
우리도 이러한 사례를 교훈 삼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문인력 양성 투자로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현장형 전문 인력을 양성, 현재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해 현장형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지속해야만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고급인력 양성형 기술개발 사업의 신속한 결정과 시행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형 우수 인재를 지속 양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형준 서울대 재료공학과 명예교수 thinfil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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