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킨 핀테크, 인슈어테크 등 혁신 금융회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가 서비스하는 금융플랫폼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 930여만원이 결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다. 이들 업체의 보안성과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핀테크 회사 성장에는 자체 서비스 혁신도 있지만 청와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공이 컸다. 청와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서 금융 당국도 '혼연일체'로 서둘러 규제 완화에 나섰다. 큰형님 역할을 자처했다.
다만 토스 사태로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면서 업계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신속·편리함만 좇다 보니 보안성을 등한시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토스는 사태 직후 “비밀번호의 경우 토스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원칙적 유출은 불가”라는 입장을 냈지만 개인정보 유출이 어디서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에 비해 영세한 이들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 부정 결제 사고 이후 토스의 보안성을 의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토스 앱을 해지하는 탈 토스 이용자도 늘고 있다. 여기에 금융 당국도 이들 핀테크 업체의 보안성을 염두에 둔 전수조사를 예고하는 등 현미경 조사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업체들은 비상이다. 금융 당국의 검사·관리가 확대하면서 덩달아 규제 역시 강화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핀테크 회사 대표 가운데 “금융사 수준의 규제를 우리에게 들이밀면 대부분의 업체는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토스의 부정 결제가 보안성에 문제가 있다면 회사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금융 산업의 근간은 신뢰와 보안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금융사 수준의 잣대를 혁신 금융사업자에 들이민다면 이들의 성장은 둔화될 게 불 보듯 빤하다. 토스 사태와는 별개로 우리 혁신금융이 보안성과 편리성을 함께 지향하도록 금융 당국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