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미국의 수소 관련 기업에 투자해 지분 가치를 3년 만에 8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한화그룹은 기존 태양광에서 수소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미국 니콜라의 지분 6.13%를 1억달러에 사들이는 데 공을 세웠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내세워 각종 정보 수집에 나섰었다”면서 “또 실무 투자진들과 함께 니콜라 창업주를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가 목표인 니콜라 사업 비전이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과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이번 투자를 사실상 이끌었다는 얘기다.
니콜라는 현재 제2의 테슬라로 떠올랐다.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배터리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 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 종가 기준 122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한화그룹 보유 가치는 기존 1억달러에서 7억5000만달러로 6억5000만달러(7830억원) 급증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해 놨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가 보유한 역량을 극대화해 수소 생태계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기후 변화 적극 대응을 위해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이 김 부사장의 니콜라 지분 투자 과정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상속 비공식화 등을 이유로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 부사장의 동향을 부각하지 않았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이번 투자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설명 차원에서 자세히 언급한 것”이라면서 “별도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