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계 소득격차가 더 커졌다. 임시·일용직 취업자 감소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가장 많이 늘었다. 소비지출도 저소득층 중심으로 감소해 역대 최대폭 급감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저소득 가구는 근로소득이, 고소득 가구는 사업소득이 줄어들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월평균 14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변화가 없었다. 2분위(0.7%), 3분위(1.5%), 4분위(3.7%), 5분위(6.3%) 소득이 모두 증가한 반면에 1분위만 제자리를 지켰다.
근로소득의 경우 1∼3분위 가구는 1년 전보다 -3.3%, -2.5%, -4.2%씩 각각 줄었다. 1∼3분위 4∼5분위 가구는 사업소득이 -12.3%, -1.3%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41배로 1년 전(5.18배)보다 0.23배 포인트(P) 상승했다. 1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1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고용 부문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 가구에서 낮게 나타난 게 전체적인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코로나19로 1분위 계층에 많은 임시·일용직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근로소득이 줄어든 데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당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감소했다. 이런 감소폭은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다.
소비허리띠를 가장 졸라맨 것은 저소득층이었다. 1분위 가계 소비지출은 월평균 14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0% 줄었다.
반면 5분위 가계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46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국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7.0%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가계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2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그러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2003년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월 100만원을 버는 가구(가처분소득 기준)가 67만1000원만 쓰고 나머지 32만9000원은 비축했다는 의미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