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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태웅 기자]>

산업계가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인 국내 산업계로서는 제조원가 부담이 늘고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 에너지 업계도 노심초사하긴 마찬가지다. 기존 LNG 발전사업자들은 새 사업자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어 낙관할 수 없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은 시장 규모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이전처럼 중국 업체 배만 불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100%대에 이르고 있다. 산업계가 전기를 적정 수준보다 높게 구매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2019년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2018년 기준 ㎾h당 106.46원으로 주택용 106.87원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 평균 정산단가가 ㎾h당 90.09원인 것을 감안하면 산업용이 가정용과 비교해도 제 값 받고 판매됐다는 얘기다. 일부 선진국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40~70%가량 낮게 책정한 것과 대비된다.

한전은 산업용 전력 판매로 대부분 수입을 올린다. 2018년에만 산업용으로 31조1915억원을 판매했다. 주택용 7조7904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같은 해 전력판매 수입 55조837억원 대비 약 57%를 차지한다.

'큰 손'인 산업계는 갈수록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2034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30기를 폐쇄하고, 이 중 24기를 LNG로 전환하는 등 9차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1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한편 원전·석탄발전 설비를 46.3%에서 24.8%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생각이 다르다. 발전단가가 높은 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주력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전력통계 용도별 판매전력량 추이를 보면 제조업 비중은 2018년 기준 130만2728MWh로 전체 점유율의 52.9%에 이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전기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원자재”라면서 “전기요금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오르면 자동차, 스마트폰, 각종 의류 등 소비재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뜨릴 것”이라며 “또 요금인상분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수혜자로 예상됐던 LNG 발전사업자와 태양광 업체들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LNG 발전사 관계자는 “LNG에 기회가 많아지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원자력, 석탄 발전과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시점으로선 긍정적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값싼 중국산 제품들만 수혜를 입었다”면서 “산업 및 에너지 업계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늘릴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