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가장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컴퓨터 비전입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은 분야지요. 포스텍은 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교수진과 연구그룹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비전은 AI의 '눈'을 담당한다. 주로 무인자동차나 자율주행 로봇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조민수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과학자다.
조 교수는 “사람의 감각기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눈이듯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등 실제 산업에 활용되는 연구에서 컴퓨터 비전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컴퓨터 비전 중에서도 AI가 사람의 명령이 없어도 물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방법과 그래프를 이용해 영상 간의 변화를 고려해 최적화된 영상 정합을 수행하는 알고리즘 연구 전문가이다.
그는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학술대회인 CVPR과 ICCV에서 2018년부터 매년 논문 선정위원으로 지명됐으며, 해당 분야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국제컴퓨터비전회지(IJCV)'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할만큼 세계 학계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조 교수가 AI의 눈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사람'이다. 그는 학부 졸업 후 연구보다는 창업을 택했다. 음성인식 벤처회사 창업멤버로 일하던 중 대학원에서 컴퓨터 비전을 연구하던 친구(장주용 광운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일단 재미있었어요. 그 친구가 하는 연구가 그렇게 흥미로워 보일 수가 없었어요. 컴퓨터 비전은 정말 다양한 분야와 연관이 있는데, 이론과 실용성을 모두 균형있게 다룰 수 있는 분야거든요. 이론도 흥미롭지만, 현실의 다양한 문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세상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조 교수는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부에서 놓쳤던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도 없이 공부와 연구에 매달렸다.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그만큼 성과가 나오니 연구도 재미있고,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조 교수는 한국 컴퓨터 비전 분야를 이끌어 온 대표적 학자인 이경무 서울대 교수로부터 지도 받았다. 박사를 마친 뒤 평소 흠모해오던 학자들과 함께 보낸 프랑스 국립컴퓨터연구소(INRIA)에서의 삶, 존경하는 동료 연구자와 포스텍에 컴퓨터비전 랩을 꾸리기까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그를 이 분야 전문가로 만드는 힘이 됐다.
AI의 눈을 연구하는 학자가 지향하는 목표에 대해 묻자 조 교수는 “AI는 아직 '지능'이라 불리기에 미숙한 부분이 많다. 인간 지능이란 무엇인지 아직 핵심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진정한 의미의 AI를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불가능하다면 인간 지능의 특수성은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인지 좀 더 명료하게 알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