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가 유례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216개 국가에서 280만명 이상의 확진환자와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초유의 팬데믹이었다. 여전히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도 상당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약 1만명을 웃도는 수준의 확진환자와 약 2.2% 사망률 수준에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며, 언제든지 유사한 형태로 재창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을 만나게 됐고, 다시 닥칠지도 모르는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감염병은 그동안 익숙하게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꿔 놓았다. 실물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일상 공간에서 강제력을 동원한 통제가 시작됐다. 문턱 없이 자유 왕래하던 지구촌이었지만 결국 국가 장벽을 높여 빗장을 걸어 잠그게 됐다. 한 국가 내에서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따라 출입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이웃과의 접촉을 피하게 됐다. 현장 교육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됐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 대신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됐다. 심지어 온라인 합동공연과 영상예배, 재택근무와 영상회의 등 실물 공간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이 정보기술(IT)을 통해 빠르게 대체됐다.
공간정보 산업계에 종사하는 필자는 변화의 시대를 공간정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세계 수준의 공간정보 활용 기술은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을 성공리에 대처, 주목을 받고 있다. 확진자 동선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후속 감염 경로를 파악, 차단했다. 지역별 안전안내문자를 이용해 해당 지역 내 주민들에게 실시간 상황을 전파하고, 민간과 정부기관이 합심해 참여한 코로나19 현황 지도와 약국의 공적 마스크 보유 정보 지도 등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다. 공간정보와 결합된 사회안전망은 위기 상황에서 효율 높게 작동했으며,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깜깜이 정보로 불안에 떤 경험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하고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제 성공 사례가 된 재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 제2, 제3 코로나19 사태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 보여 준 확진자 역학조사와 의료시설 및 장비 현황의 공간 분석을 넘어 상시 고위험군 국민의 밀집〃분포에 대한 사전 파악, 보건〃의료시설 및 공급망 현황 및 소요 분석, 지역별 방역 체계 시뮬레이션 등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데이터를 융〃복합 분석해서 비상 시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를 착실하게 갖춰야 한다. 특히 2차원(2D) 공간 접근을 넘어 3D 공간 입체 분석을 통해 감염병 방역뿐만 아니라 각종 풍수해 및 화재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예방, 현황 진단, 비상조치 체계 마련이 요청된다.
사회 차원에서는 사람 간 직접 접촉을 피하고, 실제 장소에 방문하거나 머무는 시간과 횟수를 줄이는 비대면 문화 확대에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온·오프라인연계(O2O) 기술을 이용한 배달대행 문화는 대중화된 지 오래며, 자가격리 기간을 통해 경험한 각종 온라인 연주회와 미술작품 감상, 가상현실(VR)로 즐기는 관광 유적지 탐방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든 생활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보가 융〃복합돼 새로운 디지털 정보로 재창출될 것이며, 융〃복합 중심에서 실물 공간을 대체하는 디지털 공간정보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대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극복한 것처럼 닥쳐올 새 시대를 첨단 기술로 미리 대비한다면 그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김학성 웨이버스 대표이사 hskim@wav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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