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의 코로나 겪어보고서]<5·끝>프라이버시 vs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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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준으로 무려 300만명이 넘는 감염자와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이런 성격의 재앙은 일시적 사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극심한 경제사회적 변화를 알리는 서곡일지 모른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토마스 프리드먼이 앞으로의 세계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했을 만큼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의 흐름은 프라이버시와 감시의 대립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전체주의적 감시 vs 시민의 권한' 사이의 문제를 제시한다. 감시를 통한 철저한 통제냐, 프라이버시와 기본권에 입각한 통제냐의 차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중국이 전자, 한국과 대만이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단기적 비상대책들이 우리 삶에 고착화되는 비상사태의 본질에 주목한다.

피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동원된 특단의 방편들이 권력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정부가 원하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세상이 왔다. 특히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근접(over the skin)'이 아닌 '밀착(under the skin)' 감시로 급속히 바뀔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그는 또한 “감시체제(surveillance)의 역사상 중요한 분수령에 처해 있다”라는 역사가로서의 견해도 밝힌다.

한국이 감염자 증가 속도를 조기에 잠재울 수 있었던 비결로 접촉자 추적조사(contact tracing)를 꼽는다. 확진자로 판명 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철저히 추적해서 바이러스를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광범위한 테스트, 신속한 치료와 격리, 심층적인 접촉자 추적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최선의 방책이다.

한국은 과거 뼈아픈 경험으로부터 추적조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고, 그 교훈을 시스템화했다. 또한 감염자 시간별 동선을 인근 지역 시민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목적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 시민 참여가 있었기에 주효했다.

신용카드 거래내역, CCTV, GPS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 질문에 대해 박은하 주영국대사는 스카이뉴스와의 대담에서 “우리는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전염병 발생 시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소개한 뒤 “우리는 공중보건과 프라이버시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으며, 한국 국민은 공중보건이라는 공익을 위해 어느 정도 타협했다. 그것이 시민의식이다”라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주장을 반박했다.

생명은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가치다. 무증상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감염되거나 죽을 수 있을 정도의 가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인데 개인의 자유의지에만 맡길 수는 없다. 프라이버시 기본권과 안전통제의 기준에서 우리는 역병으로부터의 안전을 선택했다.

사실 우리가 추적하는 것은 감염자가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동선이지 각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다. 따라서 공중보건이 우선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면 목적 자체는 명확하다. 문제는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중요정보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체계를 구축했느냐 하는 것이다. 목적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다.

유발 하라리는 프라이버시와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으며,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건강을 둘 다 누릴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추적플랫폼의 안전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책과 보안역량이 받쳐줘야 한다. 결국 프라이버시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은 얼마나 철저하게 보안 프랙티스를 실행하느냐에 달려있다.

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 Philip.HS.Kim@s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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