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이 미국으로 무대를 옮길 전망이다. TSMC는 최근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 주변 부지를 추가 매입하는 등 미국내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애플, 퀄컴, AMD 등 대형 고객사들이 몰려 있는 미국에서 양대 파운드리 기업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TSMC “미국 투자 적극 검토”
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미국 팹 건설 계획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더인 TSMC 회장은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질문을 받고 “현 시점에서 미국 내 생산은 받아들이기 힘든 비용 차이(Cost Gap)가 있지만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TSMC는 비용과 인력이 미국 투자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서플라이체인에 있는 협력사들도 함께 진출해야 하는데, 이들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맞출 수 있느냐와 팹 운용에 필요한 고급 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류 회장은 “미국에 기회가 있다”면서 “미국에 새로운 팹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SMC의 미국 투자 검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뉴욕 팹 건립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요구 뒤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최신 전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점을 들며 보안을 우려,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해왔다. 또 미국 행정부가 핵심 고객인 화웨이에 반도체 납품을 막으려 TSMC를 옥죄고 있어 TSMC의 미국 투자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오스틴 파운드리와 '빅매치'
TSMC의 구체적 투자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에 팹을 지으면 삼성전자와 맞대결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팹을 두고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
14나노(㎚)와 28·32㎚ 공정을 갖춘 오스틴 팹은 성과가 상당하다. 지난해 3조9000억원 매출, 당기순이익은 약 5700억원을 달성했다. 테슬라, 아우디 같은 굵직한 고객사를 끌어 들이면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성장세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오스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오스틴 공장 인근 부지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팹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다. 또 오스틴 팹에 EUV 공정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EUV 라인 설계를 마치고 공사 업체를 통해 견적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며 “올해 투자 계획에는 없지만 향후 EUV 팹을 짓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TSMC vs 삼성' 초미세 공정 혈투
TSMC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삼성전자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TSMC는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다. 기술력과 양산 능력에서 모두 세계 톱이어서 애플, 퀄컴, AMD 등 글로벌 기업 반도체 위탁생산을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다소 격차가 있는 2위다. 점유율이 20% 미만이다. 하지만 7㎚ EUV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첨단 로직에서 결정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만 회사(TSMC)에 비해 뒤지지 않고 있고 실제 최근에 많은 고객이 저희 쪽으로 오고 있다”며 “첨단 공정 리더십으로 파운드리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수 기업이 투자 부담에 7㎚ 공정을 포기할 때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펼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TSMC는 미국에 진출하게 될 경우 “최신 공정의 팹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와 삼성 간 기술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7㎚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맞붙을 지 주목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7㎚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으며, 5㎚와 3㎚까지 기술 개발을 진척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