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은 수요 회복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회장 김교태)는 23일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변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전방산업이 위축돼 출하량이 감소해도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면 단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 증가가 반도체 산업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게임·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고 온라인 트래픽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장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로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확대돼 네트워크와 컴퓨팅·서버 수요도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수요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반도체(AP, 이미지센서, 낸드플래시 등) 시장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데스크톱PC, 스마트TV, 셋톱박스 등 컨슈머 제품에 탑재하는 반도체 시장도 타격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9% 하락했다.
삼정KPMG는 코로나19로 반도체 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공장의 생산 차질에 대비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산 장비, 반도체 원재료, 부품 공급망을 점검하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필요한 대체 공급자와 대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국내 반도체 기업이 코로나19로 나타날 수요 시장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해 생산과 공급 조정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서버용 반도체는 생산량을 늘리는 라인업 조정이 필요하고 수요 축소가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PC용 반도체는 생산량을 줄여 가격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성배 삼정KPMG 전자정보통신산업본부 파트너는 “반도체 산업이 코로나19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이 현재 위기를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초미세 공정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지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