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각국이 눈독들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브라질 '개념검증' 우루과이 '시범운용'
한국은행, 내년 가동 테스트 완료 계획
시중은행 송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압박
금융 시장 전반에 결제 시스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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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원장 기술 발전과 암호자산 확산에 힘입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금 이용이 크게 줄거나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일부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CBDC 발행시험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뜻한다. CBDC는 전자적 방식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현금과 달리 관련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정책목적에 따라 이자지급, 보유한도 설정, 이용시간 조절도 가능하다. 이용 목적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들의 일반적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결제용 CBDC와 은행 등 금융기관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 CBDC로 구분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CBDC에 대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스웨덴, 중국 등이 현금 이용 감소, 민간 디지털화폐 출현에 대응해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e-크로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2020년까지 기술 검토와 테스트를 완료하고 2021년 여론 수렴 후 발행 여부를 결정한다.

브라질은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및 R3의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 등을 활용해 CBDC를 발행하는 개념검증을 진행 중이다.

우루과이는 2017년 11월 국영 이동통신사(Antel) 이용자 1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 'e페소(Peso)'를 발행해 6개월간 시범 운용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암호루블(CryptoRuble)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2018년에는 이 디지털화폐를 '법정지급수단'으로 허용하기 위한 민법 개정안이 의회에 제출돼 계류 중이다.

동카리브국도 중앙은행(ECCB)이 핀테크 기업 비트(Bitt Inc)와 블록체인 기반 CBDC 발행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 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1월 캐나다, 영국, 일본, 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 중앙은행은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한국은행도 CBDC 열풍에 동참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CBDC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는 가동 테스트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은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가 늘어나며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계기로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BDC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한은은 최근 행보를 바꿨다.

물론 CBDC는 디지털 형태의 중앙은행 화폐가 되기 때문에 CBDC에 대한 법화성부여와 관련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CBDC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지급수단 변화 추세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급 수단의 중심축이 디지털화폐로 옮겨가는 경우 현금 사용이 어려워져 불편을 겪는 새로운 소외계층이 생기는 부작용에도 미리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CBDC 출현 가속화와 함께 현금 사용이 어려워질 경우 디지털화폐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노년층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BDC 발행이 구체화되면서 긴장하는 곳은 지급서비스 산업이다. CBDC가 도입될 경우 우선 송금서비스 부문에서는 CBDC와 은행의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전자금융업자의 간평송금 서비스간 경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CBDC 시스템의 단순한 결제 프로세스 등을 배경으로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는 은행 및 전자금융업자의 송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및 서비스 개선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상거래 지급의 경우에는 CBDC 계좌 기반의 직불서비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체크카드와 같은 직불형카드와 신용카드 등 이용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

또 CBDC가 은행예금을 상당부분 대체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송금 및 상거래 지급 등에서 은행간 청산·결제 과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지급서비스 업계에도 큰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객의 자금이체 및 수표 지급 등에 대해 은행간 지급정보의 전자적 중개, 은행간 결제자금 정산 등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결제원과 같은 소액결제시스템 운영기관은 필요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은행들은 CBDC 계좌 관리가 은행에 위탁되는 경우에 한해 위탁 계좌를 바탕으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대고객 지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BDC 발행은 중앙은행업무 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CBDC 발행 검토시 이들 영향과 관련 법적쟁점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CBDC 발행시 신용리스크가 줄어들고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며 통화정책 여력이 확충되는 등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신용배분 기능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으로의 정보 집중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및 마이너스금리 부과시 재산권 침해 문제 등 법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제도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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