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보험이 다 그렇죠, 뭐"…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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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우 리치플래닛 대표이사

생활이 팍팍하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높은 고정비용에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주거비, 식품비, 보험료 등을 내다 보면 막상 사고 싶은 옷 한 벌, 아이들 장난감 하나 마음대로 사 주기 어려운 것이 우리네 생활이다. 그렇다면 고정비를 줄일 수 있을까. 고정비를 살펴보면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1인당 보험 가입 건수는 3.6건으로 4인 가구라면 보험만 14개에 이르는 셈이다. 국내 보험 시장 규모가 202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에서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를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족도는 낮다. 내게 맞는 보장 범위, 적정 보험료를 찾는 것은 소비자의 오랜 숙제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보험은 가장 오래된 산업이지만 아직도 서비스 수준은 실망스러울 정도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최적의 보험을 찾아 헤매고 있다.

금융 혁신 역시 뒤처진 모양새다. 기업 가치 42조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트라이프, 수수료 없이 24시간 소액 송금과 환전, 결제를 제공하는 레볼루트 등 금융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변화가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 소비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인슈어테크 업체의 역할은 명확하다. 보험 특성에 맞게 소비자 불편을 개선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일례가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다.

그동안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선 계약된 보험사로 연락해야 했다. 일부는 전화하고 가상 팩스 번호로 서류를 받은 후에야 보험금 청구 심사가 시작한다. 소비자도 전화하고 팩스 기계를 찾아다니는 등 불편이 있다. 일부 보험사가 이 같은 청구 과정을 개선한다지만 편의성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인슈어테크 업체인 굿리치도 청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편을 개선했다. 보험사별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지 않고 앱에서 영수증 촬영만으로 보험금을 받도록 했다. 보험금 청구 전담팀도 운영, 이 과정을 보험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경했다.

실적도 얻었다. 누적 보험금 청구 건수는 40만건을 상회한다. 다른 인슈어테크 업체도 보험금 청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모이면 소비자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인슈어테크가 집중하는 또 다른 혁신 서비스는 보험 상품 판매다. 특히 발빠른 인슈어테크 앱들은 보험 상품 구매의 1차 단계인 보장 분석과 2차 단계인 상품 비교 영역에서 차례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각개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 두 가지 영역에서는 정보기술(IT)과 사람이라는 양축으로 진행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매니저 자리를 대체하지 못한 것처럼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IT 기술력과 상품을 큐레이션해 주는, 믿음직한 회사에서 보험 계약을 강요하지 않고 전문성을 띠고 보험을 비교해 주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 인슈어테크 현장에서도 보험 상품 비교의 경우 앱으로만 진행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문 인력과의 제휴를 넓히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보험 전문 인력과 인슈어테크 앱 간 연결성이다. 앱에서 설계사를 확인해서 약속을 잡고, 나눈 대화를 저장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이런 기능을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를 사로잡고 불편한 보험의 경험을 혁신할 수 있다.

국내외 인슈테크 스타트업들이 보험의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업체별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제휴도 넓혀 나가고 있다. 보험의 소비자 경험이 더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인슈테크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진화하길 기대해 본다.

남상우 리치플래닛 대표이사 brand@richpla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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