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면미팅 등 제한
VC 여력 줄며 투자실적 감소세
2분기까지 타격 장기화 우려
#사례1. A 스타트업은 지난달 3월 벤처캐피털(VC)로부터 20억원 투자를 받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연기됐다. 당분간 펀딩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개인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사례2. 중견 벤처기업 B는 올해 초 3군데의 스타트업에 투자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황 둔화로 투자 여력이 떨어지면서 투자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VC이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반 벤처 투자자들 역시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스타트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벤처투자 지연이 장기화 된다면 스타트업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1월 VC업계 투자 실적은 2351억원을 기록했으나 2월 2189억원으로 줄었다. 아직 3월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벤처투자도 감소세로 접어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263건의 투자가 이뤄졌으나 올해는 234건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올 3월 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대면 미팅이 크게 줄어들면서 투자 집행과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판단을 할 심사가 우선 불편해졌다. 또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VC들이 투자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김민성 엔슬파트너스 이사는 “VC들이 '좀 지켜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특히 펀딩은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쉽지 않는 상황인 만큼 VC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들도 예전 방식대로 투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고 해 두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계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바이오 분야 투자는 뜨겁다. 코로나19 관련 진단 키트 등 관련 분야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다보니 그나마 바이오 분야로 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지난해 바이오 분야에서 실패 사례들도 많이 나와 사실상 업종 불문하고 시장은 좋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그 이후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벤처투자가 본격화되는 2분기까지 지속되면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같은 상황을 염려해 최근 스타트업과 비상장 벤처기업을 투자자와 연결시켜주기 위해 '온라인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 스타트업 CEO는 “당장 생산 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펀딩이 밀리면서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겨 답답하다”며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벤처케피탈협회 고위 관계자는 “1분기 벤처 투자 집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단기간 지표보다 전반적 투자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