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관련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 분석하며 쌓인 노하우를 이용한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담배 제조회사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 있다. 또 이들은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BAT그룹의 미국 바이오테크 자회사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KBP)'은 2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임상 전 시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KBP는 BAT그룹의 미국 내 사업법인 레이놀즈가 2014년 담배 추출 기술을 이용해 비연소 제품군 개발에 활용할 목적으로 인수한 회사다.
KBP는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인 'ZMapp'을 미국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과 공동 개발해 낸 사례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부분 복제해 잠재적 항원 물질로 개발해냈다.
개발중인 백신은 BAT가 보유한 속성 담배식물 재배기술을 활용해 기존 백신 개발 생산기술 대비 폭넓은 이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담배식물은 인체에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높은 안전성 확보하고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백신 구성물을 담배식물로부터 6주만에 신속히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냉장이 필요한 종래의 방식 대비 실내 기온에서 안정적인 백신 형태를 만들 수 있고 한차례의 접종으로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만들어 낼 잠재적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KEP의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르면 6월부터 정부 기관 협력을 바탕으로 주당 100만~300만회 분량의 백신 생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BAT는 개발된 백신으로 신속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자 보건 당국과 협의중이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투자한 캐나다의 바이오 제약회사 '메디카고'도 코로나19 백신 연구에서 진전을 거두고 있다.
메디카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얻은 지 20여일만인 지난달 중순 바이러스성 입자(VLP)를 성공적으로 생산해 냈다. VLP는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로 바이러스와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어 체내에 투입되면 마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처럼 면역체계를 작동시킨다.
메디카고는 전임상 실험이 완료되면 보건당국과 협의를 시작해, 올 여름(7~8월) 임상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메디카고 역시 2009년 연초를 이용해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물을 이용한 바이러스 배양법은 비용이 저럼하고 추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미국 국방부 등 선진국에서는 담뱃잎을 통한 백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